렉싱텅 호의 함교에는 와르드의 보고를 받는 보우드가 있었다.
"앙리에타 공주의 치료는 끝났습니다. 다만 상처를 입으면서 입은 충격이 큰 고로 현재는 '수면 구름'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그런가, 수고했다."
보고를 받는 보우드 함장 옆엔 함대 사령관이자 귀족의회의 의원, 그리고 새파란 얼굴로 땀을 닦는데 정신없는 존스턴 경이 있었다. 그는 중앙광장의 소란을 틈타 도망치던 중 와르드의 풍룡과 합류했다.
와르드가 허리를 크게 굽혔다.
"앙리에타 공주가 중상을 입은건 제가 미숙한 탓입니다. 거기에 대한 책임을 물겠습니다."
그 말에 사령관은 별다른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다.
"뭐, 그건 각하께 보고할수 밖에 없다. 하지만 생명에 지장은 없고, 애초부터 어느정도 위험이 따르던 임무였다. 그러니 아무 탈 없이 올거라곤 각하께서도 기대하지 않으셨겠지. 신경쓰지 마라."
그 말에 전 그리폰대 대장이 머리를 올렸다.
"관대하신 말씀, 감사드립니다."
"그건 그렇고..."
보우드는 함대 최후미, 앙리에타와 웨일즈가 있는 '호버트'호로 시선을 돌렸다.
"솔직히, 이런 방법이 정말 성공할거라곤 생각도 못하고 있었습니다. 각하의 빼어난 지략에는 혀를 내두를수 밖에 없군요."
겨우 땀을 다 닦아낸 존스턴이 흥분한채로 입을 열었다.
"공주의 사람됨을 파악하고 있었기에 성공할수 있었던 거다. 레콘기스타의 정보력이 없었다면, 그러니까 와르드 네 정보가 없었다면 성공할수 없었겠지."
"아뇨, 제가 한일은 아주 미미한 정도에 불과합니다. 오히려 사령관님의 냉정한 판단덕분에 당초의 기습계획을 철회한 것이 훨씬 컸습니다."
두 사람은 느긋하게 서로의 성과와 역량을 칭찬하고, 그런 그들은 보우드는 무료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
들이 여유롭게 있을수 있는것은 앙리에타 공주를 어떻게든 확보할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정치적으로 그들은 승리한 것이다. 사실
보우드는 레콘기스타의 일원이 아니었다. 군인으로서 정치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신조를 지키고 있는것이다. 그래서 당초의 기습작전의
'비열한 조약파기'라 하면서도, 그 명령에는 따르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그도 지금의 라 로셸 기습에 대한 반감은 없다.
앙리에타가 있기에 쓸수 있는 왕권을 이용하면 정치가들이 알아서 처리해 주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누군가의 명예에 오점이 남을 것도
없었다. 마음에도 없는 정략결혼을 강요한 추기경과 트리스테인 왕가를 토벌한다. 그리고 불가침 조약을 맺은 게르마니아와 트리스테인
양국의 분쟁을 무력 개입하여 중재한다...정치와는 담을 쌓은 그로서도 그 정도의 명분은 생각해 낼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트리스테인은 이미 정치적으로 패배했다. 이제 남은것은 군사적으로 승리하여, 할케기니아에 알비온의 승리를 널리 알리는것 뿐이다.
놀랍게도 라 로셸에 정박중인 양국 함대를 포격하여 침몰시키는걸로 모든상황이 끝난다. 단지 항만인 세계수가 사용불능이 되지않게
조심만 하면 되는 아주 간단한 일이었다.
"하지만 장관님, 만일에 대비해 트리스테인 함대는 조심하십시오."
와르드가 함장에게 주의를 주었다.
"어쩌면 성에서 급보를 받고 함대가 준비를 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 말에 존스턴은 피식 하고 미소를 지었다.
"설마, 그리고 급보를 받았다고 하면 오히려 그게 더 종은 상황이다. 트리스테인 함대는 혼란에 빠져 제 정신이 아닐테니..."
장관의 미소는 점점 더 비웃음으로 바껴갔다.
"그리고 양 함대가 앙리에타의 망명소식을 들으면 그 자리에서 전투가 시작되겠지. 그렇다면 우리가 나설것도 없이 공멸하는 거야!"
그 말에 두사람은 폭소를 터트린다. 함교에 있던 다른 장교들까지 가세해, 함교 내엔 웃음소리로 가득찼지만, 그 와중에도 보우드는 찌푸린 인상을 펴지 않았다.
한바탕 웃은 존스턴은 겨우 숨을 가다듬고 와르도에게 말했다.
"여튼간에 진짜 수고 많았네. 그럼 자네는 '호버트'호에 가서 황태자 일행과 함께 알비온으로 돌아가게."
그 명령에 와르드는 조금 불만을 표했다.
"아뇨, 제가 전 트리스테인 마법위사대원이었다고 신경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는 이대로 레콘기스타의 일원으로서 점령활동에 참가하고 싶습니다."
"이봐, 자네는 전하와 공주를 여기까지 데려온 것 만으로 충분히 맡은 임무를 다했어. 그러면서 몸도 마음도 지쳤을테니, 무리하지말고 두 사람을 알비온가지 호위하도록 해."
그
말에 와르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앙리에타를 중앙광장에서 회수하기 위해 각종 마법을 무리하게 사용한것은 사실이다. 거기다 황태자를
지키고, 공주를 망명시킴으로서 그가 세운 전공은 충분히 컸다. 앙리에타가 오른팔을 잃기는 했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으니 충분히
정치적으로도 이용할수 있었다. 더 이상 그가 무리할 필요는 없었다.
와르드와 왕족 두명을 태운 '호버트'호가 함대에서 이탈해 알비온으로 향하는 것을 확인한 장관은 전 함정에 지시를 내렸다.
"전 전열함은 라 로셸에 강하 개시. 목표는 트리스테인·게르마니아 양국 함대! 부두의 피해는 최소한으로 하도록 노력할것. 그리고 수송함대와 용기사대는 타르브 초원에 강하해 점령활동에 들어갈것!"
그 명령을 듣고 보우드가 깜짝 놀라 참견한다.
"경, 아직 적 함대가 건재한 상황에서 상륙병단을 보내는것은 위험합니다. 거기다 용기사대까지 지상군의 지원을 보내는 것은 과하지 않습니까?"
함장의 말에 존스턴은 기분이 조금 상했다.
"
무슨 말인가? 공주의 망명정보가 도착하지 않앗다면 적 함대는 모두 한가하게 정박중일테고, 도착했다면 함대간의 혼란으로 사기가
바닥으로 떨어져 있을테니 우리가 신경쓸건 아무것도 없어. 그리고 곧 있으면 해가 진다. 그 전에 병단을 강하시켜 지상 거점을
확보하는게 시급하지. 그리고 용기사를 지상으로 돌린 이유는 간단해. 드래곤 브레스때문에 부두시설이 불타버리는 우리가 곤란해.
알겠나?"
"...그렇습니까...하긴 상륙병단을 태운 배의 풍석도 아까우니 그러는 편이 낫겠군요."
"그런 거지."
하고 사령관이 어울리지 않게 윙크를 한다.
"그리고 각하께 타르브의 와인을 헌상하고 싶어. 것도 최고급품을 말일세."
"알겠습니다. 상륙병단에게 전해 두지요."
병단 운용이 조금 힘들어지겠지만 존스턴의 말은 확실히 일리가 있었다. 함장은 더 이상 전투 이론을 입에 담지 않았다.
알비온 함대는 기함 '렉싱턴'호를 따라 라 로셸로 진로를 잡고, 거기서 수송함대와 용기사 20기는 전열에서 이탈해 조금 떨어진 타르브 마을로 강하를 시작했다.
타르브마을의 포도밭에 석양이 붉은 햇살을 흩뿌리고 있었다. 포도 나무사이로 작업을 하던 여성과 아이의 머리가 살짝살짝 보였다. 그 둘중 아이가 먼저 얼굴을 들었다.
"마, 마마마 마리!!!"
"뭐야 줄리앙, 갑자기 소리 지르지 마."
쥴리앙은 대답없이 하늘을 가리켰다. 그리고 거기엔 급속히 고도를 낮추는 수십척의 배와 용기사들이 있었다.
"뭐야 저거! 크, 큰일이다!!"
두 사람은 바구니를 팽겨치곤 마을을 향에 서둘로 비탈을 내려갔다. 하지만 그들이 위험을 알리기도 전에 마을에서도 이변을 깨닫고 있았다. 저마다 하늘을 올려다 보고는 비명을 지르며 사방팔방으로 도망을 가고 있었다.
얼마 안있어 화룡의 무리가 타르브 상공에 도착했다. 지상으로 하강한 화룡들은 거대한 송곳니를 보이면서 숨을 한번 들이쉬고는 마을에서 가장 크고 훌륭한집, 촌장의 집을 향에 입을 벌렸다.
존스턴은 지금 자신이 보고 있는 광경에 야연했다. 암적색으로 물든 산간마을 라 로셸과 부두인 이그드라실에는...
"단 한척의 배도 존재하지 않았다."
고도를 낮추고 육안으로 확인할수 있는 거리에 도달했는데도 게르마니아는 물론 트리스테인 함대의 모습도 온데간데 없었던 것이다.
"이건...아무래도 앙리에타의 소식이 전해진 모양이군요."
보우드가 냉정하게 상황을 설명했다.
"그런 모양이군...그런데 어디로 숨은거지, 이놈들?"
사
령관은 함교에서 눈에 보이는 모든곳을 훑어 보았다. 그곳엔 산맥과 언덕의 거목. 그리고 항구도시인 라 로셸만 있었다. 주위의
하늘에는 구름과 옅은 안개뿐이었다. 도시에도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주변 산과 골짜기도 평온한 모습이었다. 이상할 정도로
평화로운 분위기의 산간도시에서, 함대의 모습만이 없었다.
순간 보우드의 심장이 매에 움켜잡힌듯이 경련했다.
"저, 전함대 전속 후진!! 어서 빨리 이곳에서 이탈하라!!!"
갑자기 옆에서 터져나온 명령- 아니 숨 넘어가는 소리에 존스턴이 경악했다.
"이봐, 갑자기 무슨 말인가!!"
"설명은 뒤에 하겠습니다. 어서 빨리 이 공역을 떠나야..."
그런 함장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곳곳에서 사관들의 외침이 터져 나왔다.
"적함 발견! 우리 함대 우현 상방입니다!! 구름에 숨어 저희를 노리고 있습니다!!!"
"적함 발견! 함대 좌현에서 적함 강습중!!"
"뭐...뭐라고!?!?"
존스턴은 천국에서 일순 지옥에 끌려온 마냥 절망에 찬 비명을 질렀다. 보우드도 당황해 상하좌우를 살폈다.
- 우현 상방의 트리스테인 함대.
기함 '메르카르트'호의 함교에선 함대 사령관 라 라메백작이 노호성을 터트리고 있었다.
"이 천하에 찢어 죽일놈들! 감히 앙리에타 공주님을 이용해 조약을 깨고 기습을 걸어 오다니!!"
함장 훼비스의 콧수염도 분노에 차 거꾸로 서 있었다.
"맞습니다! 천하에 다시 없을 불한당입니다! 어제 기습작전이 실패했다고 공주님을 납치하고 알비온으로 연행해 가다니!!"
- 좌현의 게르마니아 함대.
이 함대의 기함 갑판에서도 뿔이 달린 철모를 쓴 카이젤 수염의 귀족이 분노로 이글거리는 눈으로 알비온 함대를 노려보고 있었다.
"마자리니 공의 편지에 써 있던 대로로군!"
옆에서 살집이 두둑한 귀족이 팔을 힘껏 휘둘렀다.
"할덴베르그 후작님!! 총 공격 지시를 내려 주십시오!"
"당연하지! 전함, 우현 포격전 준비! 녀석들 머리 위로 뜨거운 맛을 보여주도록!!"
기함의 마스트에 수기 신호가 올라오고, 분노에 찬 함열이 알비온 함대를 향해 질주하기 시작했다.
양이 발안한 대 알비온 함대전. 그것은 시간과의 싸움, 일종의 도박과 같았다. 트리스타니아에서 일어난 앙리에타 망명에 대한 정보와 알비온 함대의 기습정보. 이것이 라 로셸에 다다르기 전에 다음과 같은 마자리니의 밀서를 보냈다.
"
레콘기스타가 앙리에타 공주를 납치, 알비온으로 연행해갔다. 그리고 알비온함대는 라 로셸로 강습중이다. 트리스테인·게르마니아 함대는
속히 라 로셸을 떠나도록. 그리고 잠시간 몸을 숨겼다가, 라 로셸에 다다른 알비온 함대를 기습하라."
양의 계책은
단순했다. 아직 사정을 모르는 양 함대에 거짓정보를 보내 요격 명령을 내린 것이다. 사실이 전해진다면 양 함대는 혼란에 빠지고,
최악의 경우 서로 싸우게 될것이다. 하지만 마자리니의 밀서가 먼저 도착한다면 기습을 피하기 위해 두 함대는 도시를 떠나 사실정보가
도착하지 않게 되고, 동시에 알비온 함대에 대한 역습을 가할 준비를 할수 있는 것이다. 게르마니아 대사가 성이 아닌 라 로셸
함대에 있었던게 행운이었다. 와르드는 조속히 앙리에타를 알비온에 데려가야 했기에 이러한 망명소식을 선전하고 다닐수 없었던 것과
트리스테인에 정치적 승리를 얻어 느긋하게 기습을 준비하던 알비온 함대의 방심도 양을 도왔다. 양은, 라 로셸에서 트리스타이나까지
준마로 이틀, 말을 바꾸며 계속 내달아도 반나절 일상, 비행 가능한 환수를 이용해도 몇시간이나 걸리는 덕분에 발생하는 정보 전달의
지연을 이용한 것이다.
그리하여 알비온 함대는 되려 역습을 당하고 말았다. 존스턴의 안색이 다시 창백해지고, 얼굴에서는 땀이 주체할수 없이 흘러 내렸다.
"어째서 이럴수가! 농담도 정도껏이지!!"
냉정을 되찾은 보우드가 슥 하고 손을 내밀었다.
"병사들 앞에서 그렇게 흥분하시면 사기가 떨어집니다. 사령관님."
격양된 존스턴은 분노의 화살릉 보우드에게 향했다.
"무슨 말인가! 그래, 함장. 이건 다 네놈 탓이다! 네놈의 치졸한 지휘가 우리를 이 상활에 떨어트린거야! 이 사실은 그대로 크롬웰 각하께 보고하겠네!"
존스턴은 말도 안되는 트집을 잡으며 지팡이를 꺼내 들었다. 하지만 보우드의 지팡이가 먼저 존스턴의 명치를 쑤셔 들어갔고, 이에 눈이 뒤집어지면서 존스턴이 쓰러졌다. 보우드는 기절한 존스턴을 끌고 내려보내라고 병사들에게 명령했다.
'애초에 올때부터 자고 있었으면 좋았을걸.'
하고 함장은 생각했다.
자신을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전령에게 보우드는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
"
녀석들은 확실히, 우리위 머리위에서 협공을 걸고 있다. 하지만 어차피 급해 맺어진 동맹. 그런 연계를 깨트릴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그리고 우리에겐 이 기함, '렉싱턴'호가 있다. 사정은 녀석들의 1.5배, 대포수도 현측의 방어력도 비교할 바가 못되지.
그러니 제군들은 이에 신경쓰지 말고 맡은 임무에 최선을 다하도록."
두 대국함대에 협공을 당하고 있지만, 냉정하게 상황을 분석해서 위기를 바꾼 자가 분명 있을것이다. 바꿀수 없는 흐름을 바꾸려는 사람이 있음을 그는 느끼고 있었다.
"살아남는다면 그자를 만나고 싶군."
그런 그의 혼자말은 듣는 사람 없이 공중으로 흩어진다. 그리고 그의 시선은 좌현에 늘어선 게르마니아 함대를 바라 봤다.
"자...선제 공격을 받게 된건 어쩔수 없고, 그 다음은 어떻게 해야 한다...? 각 함, 미속 전진. 우선은 좌현으로 집중포화. 우현함대는 잠시 내버려 둔다."
라
로셸의 하늘은 황혼으로 물들었다. 그리고 피처럼 붉은 삼국의 함대가 서로의 거리를 좁히고 있었다. 그리고 마을에서 떨어진 숲속,
지쳐서 움직을수 없는 풍룡의 입가에 물을 길어 주면서 깅멜은 불안스럽게 하늘을 올려다 보고 있었다.
제 27화 협공 END
제로인 제독을 끝까지 번역해야 할 이유가 생겼습니다.
그동안 있다고만 알려진 제로인제독 특별편을 구했거든요.
환상의 똥꼬쇼 특별편, 제가 확실히 보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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