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도엔 철도역이 많다. 경부선 지나가지, 중앙선 지나가지, 경북선 있지, 동해남부선 지나가지. 여튼 좀 많다.
언제가 될 진 모르겠지만, 대한민국에 있고 있었던역들의 사진을 모아보자는 생각이 들어 페달에 발을 실었다. 어제의 답사가 그 첫번째 페달질이다.
대구역
현재 대구에서 만날수 있는 첫번째 역이다. (사실 서대구역이 있긴 하지만 그건 영업도 안하는 순전 개장폐역상태니 넘어가지.) 어릴적에 어렴풋한 기억으론 지금 사이즈의 반에 반도 안돼는 미니미니한 2층역으로 기억하고 있는데, 롯데백화점에서 민자역사로 지으면서 동대구역과 비슷한 사이즈로 커졌다. 동대구는 KTX처리하는것도 바쁘고 하니 대구역에서 다른 노선을 타려는 사람들로 언제나 북적한 역이라 하겠다.
대구-동대구
1차 순환로를 따라 동인네거리까지, 거기서 계속 직진신호를 받아 죽 가면 동대구역이 나온다. 지하철 신천역 전후로 언덕배기가 나오는데다 차가 많이 다니는 곳이라 조금 힘들었다.
동대구
한마디로 끝난다. 엄청 크다, 지금처럼 증축하기 전에도 큰 역이었는데 더 커질 예정이다. 경부선에서 KTX승하차율 2위, 전 등급 승하차율 3위를 기록하고 있는 그야말로 교통의 요충지이다. KOF02UM에서 배경으로 나올 정도니 얼마나 유명한지 알 수 있을 것이다.덕분에 동대구역고가로는 불법주차때문에 언제나 막히고 지금 한창 공사중인 종합터미널이 들어서면 저길 확장할 예정이란다.
사실 어제는 밀양에 내려가는것 만으로도 바빴기 때문에 사진이 없다. 다음기회가 되면 좀더 사진을 넣어 포스팅 하고 싶다.
동대구~고모
대구-동대구를 올때 그길을 따라 죽 내려가면 우행 대형 커브가 나오고 효목지하차도를 지나 막바로 나오는 삼거리에서 죄회전해 길을 따라가면 고모역이 나온다. 본래 무열대(육군 2군작전사령부)부지를 잘라 만든 길이라 고도 편차가 심하고, 사월-효목간에 차량 수요도 많다. 차선폭이 넓어서 차가 속도를 많이 내기 때문에 더욱더 차량에 주의해야 할 구간
고모역
고모~가천
시멘트 포장로. 인터넷 지도에서 보면 어느정도 포장도 돼 있고 잘 다닐 수 있을거 같지만 미묘하다. 두대 다니기가 미묘하게 힘들다. 또 포장 상태도 아주 좋은편이 아니라 샥이 없는 자전거로서는 조금 힘든 구간이다.
가천역
가천은 고모만큼 아담한 동네다. 광역신데도 농약가게가 보이고, 경운기의 탈탈탈소리가 들리는 그런 곳이다. 근데 그런곳에 화물역이 있다. 경부선, 경부고속선, 대구선 세개 노선이 분기하는데다 동대구, 동촌, 반야월역의 화물취급을 죄 이쪽으로 옮겨 놨으니 역 부지가 그렇게 클 수 밖에.
가천~경산
경산역
유리궁전인데 싫지가 않다. 처음 보자마자 든 생각이 그거다. 무슨 연유에서 였을까...분명 현대식 건축물인데 방금 본 고모역처럼 정감이 간다. 이 역에서 스탬프를 받을수 있으니 참고. 이제까지의 철도 스탬프보다 배로 크다.
경산-삼성
크고 아름다운 25번국도! 차량도 X나게 많겠지!
이미 산업도로화가 끝난 구간이라 오르막인데도 그리 힘 들이지 않고 갈 수 있었다.
그리고 어디 팀인지 모르겠지만 여기서 한창 훈련을 하고 있었다. 2300구동계+크로몰리인 내 자전거로도 오르막경사라 빠르게달리기가 힘들었는데 저분들은 트랙용 싱글기어로 여길 몇번이나 회전하고 있었다. 무섭다. TDF나 지로 경기에서도 선수들이 저런 분위기를 풍길까?
삼성역
저 멀리 보이는 초록색 건물이 삼성역이다. 좀 심하게 구석에 있다. 실제로 삼성역으로 들어가는 길은 뭔가 심하게 낡아서, 때가 시커먼 콘크리트 다리에 난간은 다 삭아 문드러지고 있었다.
역 앞마당에 있는 아름드리 나무.
아담하다. 파란 역명판이 부자연스럽긴 하지만 그렇게 튀는정도는 아니다.
지금은 여객 업무를 보지 않기 때문에 운임표는 있지만 매표구는 판자로 막혀있다. 역 구내도 상주 직원분들의 운동기구들로 차 있었다.
승강장. 모든 열차가 이곳을 무정차 통과하기 때문에 들어갈 수 없는 달의 뒷면이 되 버렸다.
한가지 특이한게, 이고뭐고 없는 한적한 시골역인데 승강장이 엄청 길다. 20량짜리 KTX가 정차한다고 해도 승강장이 남을것 같다.
그렇게 삼성역을 뒤로하고 가려는데 청도에서 무궁화호가 올라온다. 지멘스 옥타브로 유명한 8000호대 기관차다. 이상하게 저거랑 나는 인연이 없다. 한번만이라도 좋으니 타 보고 싶다.
마을에 그득그득하게 열린 감들. 고거 참 맛나게 익었다.
삼성-남성현
25번국도의 남성현 구간은 현재 산업도로화 공사를 하고 있다. 남성현 터널만 뚫리면 바로 개통을 할수 있을 정도라 차량이 못 다니게 막아둔 미개통구간을 이용하면 남성현 고갯갤까지는 수월하게 올라갈 수 있다. 문제는 남성현 고개인데, 경사도 자체는 그렇게 크지가 않지만 터널 공사때문에 돌아다니는 화물차와 청도와 경산 사이를 운행하는 시외버스가 좀 문제가 된다. 터널 초입부부터 오르막차로가 나올때 까진 갓길도 좁은데다 배수로까지 있어서 좀 많이 아슬아슬하게 올라야 한다. 대구서 남성현까지 오기까지 거리가 멀고, 공사차량이 수시로 들락거리는 것만 제하면 대구,경산 지역에서 헐-팔급 힐클라임 코스가 될 수 있었을 텐데...
와인터널
옛날 경부선이 단선으로 굴러가던 시절 만든 터널이 복선화,직선화되면서 버려지자 그걸 청도군에서 인수해 와인 저장고로 쓰고 있는 곳이다. 한창 다운힐을 즐기고 나면 그 끝에 와인터널 우회전이란 표지판이 보인다. 토요일 오전인데도 사람들이 많았다. 청도군으로선 진짜 좋은 사업아이템을 건져 올린 셈이다.
일제시절 철도터널에서 많이 나타나는 벽돌 아치구조. 나중에 유천-대성파트에서 한번 더 나온다.
철도 궤간에 맡게 홈을 파 놓았다. 근데 굳이 안 이래도 되지 않나??
입구에서 50m정도를 들어가면 온 벽과 천장에 이렇게 와인병으로 도배를 해 놨다. 다 빈병인데 장식효과 하나는 뛰어나게 좋은것 같다. 이 뒤로 약 200m?까지 와인 바와 식탁이 있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고, 또 많이 먹고 마시는데도 자리가 남을 정도.
군데군데 대피용 홈?이 파져 있다.
와인 바가 끝나는 지점에서 부터 포장을 없애고 침목과 자갈만 바닥에 깔려 있다. 근데 이거...협궤 침목 아닌가?
계속해서 나오는 숙성 탱크들. 유명인들의 이름이 적힌 탱크부터 몇월 몇일날 숙성을 의뢰한 사람들의 숙성탱크 등 이러저러한 오크통이 한 수십개 나열돼 있었다.
관람 가능한 끝자락에 가면 꼬마전구로 장식해둔 조각품이 있다.
여기서부터 출입 금지. 끝이 안 보이는 까마득한 너머까지 와인병으로 그득하다. 이걸 보면서 청도/경산 경계까지만 채웠을까, 아니면 경산구간까지 죽 밀어 넣어 놨을까 하는 실없는 생각이 들었다.
저 안쪽에 보이는 빨간 점은 일부러 설치해둔 조명이란다. 아티스트 고 백남준씨를 기리기 위한 설치예술이라고 한다. 언제나 달빛이 비치는 술창고라나.
남성현역
지금 건물은 새로 지은것이고, 직선화 이전 역은 지금보다 삼성역방향으로 있었다고 한다. 근데 내가 길눈이 어두워서 그런가 구 역사 흔적을 찾을수가 없었다. 1일 4회정차하는 역 치고는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 와인터널 이야기. 이런식의 자그만한 흔적들이 남는게 좋다. 그렇다고 뭐 술집이나 음식점처럼 온 벽에 낙서로 뺴곡한 건 싫고.
근처에 소싸움 경기장이랑 용암온천이 있긴 하지만 사실 청도엔 볼만한 거리가 없기 때문에 시간 맞춰서 철도로 여행하기는 좀 힘들지 않을까 싶다. 만일 대구 광역전철이 청도까지 들어온다면 그떄 전철역으로 전용할 거리는 있다고 보지만.
승강장 출입문. 아침저녁 총 4개 차량을 제외한 모든 열차가 통과하기 떄문에 함부러 못 들어가게 돼 있다. 이런 위험한 곳에서 사진 찍을땐 허락 맡는건 기본 예의라는걸 다시금 일깨우는 사진.
삼성역 방향. 삼성역도 그렇고, 주변 배후지에 비해 역이 좀 크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청도역 방향. 요거 찍고 역 건물을 나서자마자 화물열차가 한대 지나갔다. 난 이상하게 기차랑 인연이 없다. 사진 찍으려고 대기타다가 자리를 뜨면 열차가 온단 말이지...
남성현-청도
청도 용암온천 맞은편에 있는 청도 소싸움 경기장. 청도에서 큰 관광지가 세개나 있는 명소다. 소싸움을 보면서 한껏 스트렛스를 푼 뒤 용암온천에서 긴장한 근육을 풀어주고 저녁에 전유성 코미디 극장에서 양껏 웃어주면 하루 관광이 된다.
저 멀리 보이는 경전선 3량 무궁화. 11시 부근타임에 경전선 열차가 많이 다녔다.
요건 경전선 4량 새마을pp. 아직 굴러 다닐만 한건지 자력으로 운행하고 있었다. 요즘 7000호 기관차가 많이 끌고 다니던데...
청도역
청도가 대구랑 생활권이 비슷한데, 거리는 좀 있기 떄문에 그런가 철도 강세지역이다. 청도사는 학교 동기도 그렇고 버스 안탄다. 다 기차타고 다닌다. 그래서 항상 들를때 마다 맞이방엔 사람이 가득하다. 그래서 대구권 광역전철 사업 2차구간의 종점으로 선정된 거 아닐까. 수도권전철 1호선으로 따지면 여긴 수원정도 되니까.
역 앞에 추어탕집이 많은데, 정말 옛날부터 했던 집은 **집이다. 역 옆에 죽 늘어선 식당중에서 제일 작은덴데 주변에 부지가 없어서 확장을 못하고 식탁도 몇 안된다. 그런데도 여기가 원조라고 소문이 많이 나서 식사시간때마다 합석은 기본이고, 줄이 죽 늘어서 있다.
청도-신거
아직 직선화가 안된 2차선 국도를 타고 밀양쪽으로 내려가는 왼쪽에 청도천, 오른쪽에 경부선이 따라가는 좋은 드라이빙 코스.
사람 손이 닿지 않은 자연 모습과 완만한 경사 떄문에 라이딩 코스로도 적격이다. 그렇게 내려오다가 대구부산고속도로 청도휴게소가 보일때쯤 커다랗게 새마을 운동 기념관이 나온다. 여기가 신거역이다.
신거역
완전한 폐역이기 때문에 역사고 승강장이고 없다. 역명판 팻말만 덜렁 놓여있다.
기념관 안에 들어가 보면 대체 어디서 꺼내온건지 모를정도로 깨끗한 형태의 6~70년대 물건들이 한가득 쌓여있다. 그 만큼 이 마을 사람들, 청도 사람들이 새마을 운동에 가지는 자부심이 대단하다고 볼 수 있겠다.
설명에 따르면 마을 사람들이 제방 공사를 하는걸 열차를 타고 부산에 시찰가던 박통이 보게 되고, 열차를 정지시킨뒤 마을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영감을 얻어, 모든 마을이 이렇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고 시작한 것이 새마을 운동이라고 한다. 구미와 칠곡이 서로 자기가 새마을 발상지라고 치고박았지만 진정한 승자는 따로 있었던 셈이다.
철거한 역사와 최대한 비슷하게 재건했다고 하는데...너무 새것 티가 많이 나서 많이 아쉽다.
60년대 운임표와 시간표. 직원한테 물어보니 운임표는 그럴싸하게 만든 레플리카(모조품)이지만 시간표는 진짜란다. 접힌 흔적이라던가 봐서 휴대용이었던거 같은데, 대체 이걸 어떻게 찾아 낸 거야??
요것이 박통이 타고 다녔다던 대통령 전용객차. 따로 기관차가 있었던게 아니기 때문에 지금의 대통령 전용차량인 경복호랑은 다른 물건이다.
뻥까지 마라! 네놈이 3000호가 아닌 7000호 디젤 기관차라는것을 대한민국 철도 동호인이 알고 있다!!
기관사석을 볼수 없게 계단에 쇠사슬을 걸어놓아서 조금 아쉬웠다.
신거-유천
본래 계획으로는 직선화 이전 유호리로 들어가는 구 노반을 타려고 했었다. 근데 유호리 들어가는 길을 생각없이 지나치는 바람에 구 노반은 전혀 답사도 못하고, 본래 찾아보려고 했던 유천역(현 상동역)자리를 찾는데도 실패했다.
24년도 지도로 추정했을적에 유천역이 지금 경부선 터널 출구 근처에 있었던듯 해서 주변을 훑었지만 옥산리가 개발이 많이 돼서 흔적이라곤 칠도침목 두자루와 철도옹벽밖에 없었다.
유천-대성
상동역이 지금 위치로 옮기기 전(그러니까 옥산서 유천역으로 장사하던 시절)경부선 철도는 밀양강을 따라 구불불구불한 산능선을 타고 다녔다. 그때의 흔적이 많이 남아 있는곳이 빈지소다. 도로가 단선철도 폭이기 때문에 차 한대도 겨우 지나다니는 소포장로가 됐는데, 도로 포장 이외에는 주변에 손을 댄 부분이 없어서 철도 옹벽이나 철교 교각같은것이 많이 남아 있다.
그렇게 빈지소에서 경부선을 만나 옆으로 나란히 난 길을 따라 가면 밀양시내로 갈 수 있다. 경사없는 평탄지니 그리 힘들지 않게 수월히 갈 수 있다.
오늘의 하이라이트 대성역.
사실 어제 답사의 메인은 유천역(현 상동역)과 밀양역 사이에 있었다는 대성역 답사였다. 몇번 유추해 본 결과, 교동 매일마을 초입이 대성역 위치로 유력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몇가지 의심가는 물건들이 남아 있었다. 여기 들어오기 전 윗쪽에 있는 신안마을과 요 안쪽 매일마을에 취재도 병행했는데, 여든 넘으신 분들은 만날수가 없었고 일흔되신 분들은 세분 만났지만 모두 옥산리 유천역만 기억하시고 대성역에 대해선 전혀 모르시는 모습이었다.
논두렁 한가운데 처박힌 정체불명의 표지석? 뭔가 글씨가 써져 있었던 것 같은데 너무 많이 뭉개져서 알아볼 순 없었다.
승강장 표지? 뭔가 낡은 것이 덩그러니 박혀있다 싶어서 찍어 봤는데 철도표지를 찾아보니 정거장 경계표시랑 비슷하다. 단 글씨는 써져있지 않은듯하고, 밑에 나온 PC침목비스무리한 무언가가 상동방향으론 좀 길게 뻗어있고, 밀양방향으론 하나도 남아있는것이 아니라 이 역시 미묘.
승강장 흔적? 위 위성사진에 표시해놓은 곳에 이런 PC침목 비슷한 물건들이 길게 박혀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상동역 방향으론 길게 뻗어 있었지만 밀양역 방향으론 하나도 찾을 수가 없었다. 선로가 주변보다 높아서 볼 수가 없었다.
요것도 조금 수상한건데, 밭 한가운데에 뜬금없이 시멘트 석축이 놓여 있었다. 그냥 논밭을 구분하기위한 농작로라 하긴 좀 많이 높지 않아 싶은 물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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