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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달팽이의 평생물건

by ㉿강철달팽이 2018. 1. 28.

"자기만족" 4화에서 타마이 선생이 '평생물건', 그러니까 오랫동안 두고두고 쓰면서 역사-이야깃거리가 쌓인 물건에 대해 이야기를 했는데 '빽곰선생'님을 비롯한 여러 분이 댓글로 써주시는걸 보고, 제 평생물건들에 대해 한번 생각을 해 봤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제 평생물건들은 진짜 곁에 두고 떼놓지 않는 그런 것들이었던 것 같습니다. 집안 분위기가 '돈 쓸 때를 위해 돈을 아껴두자'여서 저도 그 영향으로 하나 쓰면 못 쓸 때까지 썼던 거 같아요.

우선 떠오르는 건 워크맨인데 2개가 있었습니다. 소니 gx688은 2000년에 사서 2009년에 고무벨트가 삭을 때까지, 파나소닉 rq-sx55v는 2005년에 사서 2009년에 집에 오다 떨어뜨려서 회생불능 판정받고 고이 서랍 속에 갔죠. 사진은 저 멀리 흑역사로 묻어뒀던 고등학생 시절 블로그에서 발굴.


그다음 산 게 소니 미니디스크 MD-RH1;;; 21살이라 아직도 중2병이 안 빠져서 절대 남들 하는 건 안 하고 다녔던 때였습니다. 젊은 날의 과오죠.
이건 2013년까지 썼습니다. 하도 돌려대니까 픽업이 나가데요ㅋㅋ


 

하여튼 덕분에 아직도 책장 한구석엔 테이프와 미니 디스크가 쌓여있습니다. MD야 넷엠디라고 USB 전송이었지만 카세트는 진짜 실시간 녹음을 어떻게 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다음 생각나는 평생물건은 만년필인데, 고3때 필기구 덕질하다 제대로 뽕 맞아서 지른 게 요 세일러 하이에이스. 사진은 하이 몸통에 네오 박아넣은 2대째입니다
초대 하이에이스(금촉)은 책상에서 떨어뜨려서 펜촉이 휘어져 못쓰게 됐고 새로 사려고 봤더니 금촉은 멸종하고 스뎅촉만 있더라구요...여튼 그걸 박아넣어서 10년 넘게 쓰고 있습니다.


얼마전에 교체한 하드도 10년 썼네요. Date code가 07=2007년 생산품.


마지막으로 제 메인 자전거인 마루이시 레이디에이스.

2012년에 비바람을 맞으며 녹슬어가고 있는걸 어찌어찌 구해 갱생한 건데, 돈 없고 실력 없는 사람이 겁도 없이 껍데기 확 벗겨내고 자가 도색을 해서 좀 힘을 받는 부위는 여지없이 도색이 다 벗겨져서 프라이머가 드러나 있습니다;; 나이 39 먹은 79년식 아저씨 프레임인데도 스타트 대쉬는 언제나 경쾌하고 페달 밟는 대로 쭉쭉 달려줘서 진짜 죽어서도 무덤에 가져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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