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때문에 옷들을 차려입은 시종들은 필사적으로 뛰어 다디는 통에 이리저리 부딪히고 넘어지면서 한벌뿐인 예복이 군데군데 찢어진 채였다. 젯서르의 고성이 성안에 울린다. " 대신을을 불러라! 폐하께서 긴급히 대신들을 소집하셨다! 긴급 어전회의다!" 하
지만 마법 위사대는 갈피를 못 잡고 우왕좌왕하고 있다. 관료와 내각 구성원들은 대다수가 퍼레이드에 참여하고 있었기에 정확한 소재가
파악되지 않아 수색에 어려움이 따르는 탓이었다. 하늘을 날수 있는 그리폰 부대의 대장이 없어져, 지휘 계통이 혼란에 빠져
움직이지 못하는 탓도 컷다.
큰짐을 짊어진 시종을 데리고 도망가는 귀족도 있다. "리슈몽님! 마차가 준비됐으니 이쪽으로 오십시오!" "에이! 젠장 그 꼬맹이년! 와르드!! 감히 이 내 앞에서 그런 짓을 벌여! 상꼬마일적부터 내가 그렇게 돌봐준건 생각도 않고, 나라를 팔아먹어!?" 하고 리슈몽이라 불린 귀족은 정문을 항해갔다. 아무래도 나라를 버리고 도망칠 생각인 모양이다. 그리고, 성 정문에는 이런 마차들이 몰려들어 여기서기서 충돌음과 노호성이 들려오고 있었다.
복
도엔 꽃병들이 깨진채 나뒹굴고, 벽에 걸려있던 그림들도 군데군데 찢어져 있었다. 금과 은으로 된 장식물도 도금이 벗겨지거나 조금씩
부서져 있었다. 평민들이 도주 자금으로 훔친것이다. 귀족들도 귀금속이 든 가방을 안고 도망가는 모습은 이미 흔한 광경인 것이다.
앙리에타 공주가 망명한지 불과 몇시간, 이미 사람들에겐 트리스테인의 최후가 다가왔다는것이 바뀌지 않는 사실이었다.
제 27화 협공
도주하려는 마차들로 북새통인 성문, 한 여자가 춤추듯이 내려와 지팡이로 성문을 가리켰다. 그 순간, 거대한 회오리가 도망 행렬의 선두마차를 덮쳤다. 회오리때문에 마차와 말을 연결하던 고삐가 풀리고, 마차는 마치 거인이 장난을 치는마냥 공중에 나뒬굴었다. 그리고, 그 마차에서 칵테일처럼 휘저어지다 튕겨저 나온 귀족에게 그 여자는 '레비테이션'을 걸어 지상에 살짝 내려놓았다.
"뭐, 뭐야 방금건!" "이럴수가, 벌써 적습인가!!" "어째서...벌써 성에까지 알비온의 부대가...어?" "발리에르 공작부인??" "카, 카린느 데지레님 아니십니까!?" 마차로 도망치던 사람들은 갑작스런 사태에 마치 거미새끼마냥 마차를 버리고 도망치려 했었지만, 그 습격자의 정체가 밝혀지자 그 움직임이 멈췄다. 발리에르 공작부인이 성에서 도망가려는 대열을 가로막은 것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휙! 하고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지팡이를 마차 대열로 향했다. "어딜 가나!!" 지팡이가 향해있는 마차 주변에서 대신을 경호하던 마법사들이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답했다. "고고고, 공작부인께서도 잘 아시지 않습니까! 앙리에타 공주가 알비온으로 도망쳤단 말입니다!" "이제 레콘기스타뿐 아니라 성난 게르마니아까지 공격해 온다구요! 갈리아는 이를 무시할테고, 이제 우리는 사면초가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망했습니다..." "그러니 제발 비켜주세요, 공작부인! 당신도 피난해야 하지 않습니까!!" 각자 서로 지금의 절망적인 상황을 말하며 조금씩 성에서 도망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이에 대해 공작부인은 열기에 가득한 눈빛과 격정에 가득한 어조로 대답했다. "과연. 그래서 도망가겠다는 겁니까. 나라와 백성을 버리고, 자기혼자 살겠다고 도망가겠다는 겁니까! 침몰하는 배에서 도망치는 쥐새끼마냥!!!" 그 말에 귀족들이 발끈했다. 갑자기 튀어나온 모욕에 판단력과 자제력을 상실하고 얼굴을 붉혔다. 몇몇은 지팡이를 꺼내들어 공작부인을 겨눈다. 모두가 이름있는 귀족들이자, 마법사들. 하지만 공작부인의 눈빛에선 이 광경을 보고도 물러남이 없었다. 오히려 더 눈에 불이 켜졌다. "자, 나를 죽여서 도망치겠다구요. 그러세요. 그렇다면 전 만티코어 부대장, [열풍]의 카린느를 한번 죽여 보시죠! 레콘기스타를 기다릴것도 없이, 내 바람에 다들 갈갈히 찢어발겨지고 싶다면 말입니다!!!" 그 말과 동시에 카린느의 지팡이가 마력을 띄고, 그 강대한 마력앞에 서있던 귀족들의 기가 죽었다.
아니, 그녀가 '전 만티코어 부대장 [열풍]의 카린'이라 말한 시점에서 그들의 얼굴엔 핏기가 가셔있었다. "뭣..! 발리에르 공작부인이 만티코어부대장이라고!?" "그 그럴수가. 남장 여자였다는 소문은 사실이었나!" "정말!? 그 에스터슈의 반란을 가르댕다리에서 혼자 진압했다는..." "혼자서 화룡산맥의 드래곤을 퇴치했다는 폭풍의 화신..." "오크 무리에게 습격당한 도시를 구하고, 출진 정보만으로 게르마니아 군대를 퇴각시켰다는 그 선대 부대장이...공작부인!?" 이미 알비온과 게르마니아로 인해 겁을 먹은 사람들은 이 소문을 되새기는 것 만으로 마음이 꺾였다. 전설의 마법사를 눈앞에 두고, 그들은 도망갈수도 다시 돌아가기도 애매한 상황에 놓인 것이다.
전의를 상실한 귀족들에게, 카린느가 소리쳤다. 그 호리호리한 몸에서 어떻게 그런 고성이 나오는지가 신기한 그런 성량이었다. "여러분, 들어보십시요. 지금 도망친다고 해도 도망갈수 있는곳이 있습니까? 이제 트리스테인은 안전하지 않습니다! 게르마니아는 우리의 망명을 허락하지 않겠지요! 갈리아는 우리의 구원 요청을 무시했고, 로마리아는 갈리아 너머에 있습니다! 그렇다면 레콘기스타에게 몸을 맡기시겠습니까? 그거야말로 있을수 없는 일이지요! 놈들은 우리의 모든것을 빼았아 왕가를 없앨 생각뿐입니다. 설령 우리의 항복을 받아들인다 해도 할케기니아는 전쟁의 화염으로 뒤덮이고 말겁니다! 그 엘프들과의 싸움으로 말입니다! 모두 기억해 내십시오, 지금이야말로 우리는 단결해야 할 때입니다! 레콘기스타의 더러운손으로부터 우리를 지키기 위해서 말입니다!!"
마차나 말을 탄 귀족들 사이에 점점 더 말소리가 커진다. 이제서야 그들은 깨달은 것이다, 아니 사실은 알고 있었다. 어디로 도망가야 하는가, 그 이후에는 어떻게 할 것인가, 할케기니아에서 어디가 안전하다는 말인가. 레콘기스타가 할케기니아의 정복을 노리는 이상, 어디에 있던 전쟁은 따라오는거잖아. 그러면서 불안과 절망도 그들의 말소리와 함께 퍼져나간다. 그럼 어떻해야 좋지, 트리스테인같은 소국이 이 전쟁에서 이길수 있는걸까, 동쪽의 게르마니아, 서쪽의 알비온 이 양국의 동시협공을 어떻게 이겨낼수 있는걸까....그런일은 일어나지 않아.
"가능합니다!!" 카린느가 소리높어 단언한다. 너무나도 자신에 찬 목소리로. 사람들은 반신반의하는 얼굴로 일단 카린느를 봤다. "방법은 있습니다! 트리스테인과 할케기니아를 전쟁의 불길에서 구하는 방법말입니다. 경들도, 트리스테인의 국민들도, 할케기니아의 만백성 모두가 구원받을수 있는 방법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경들의 힘이 필요합니다!!" 공작부인이 말하는 '할케기니아를 구할수 있는 방법'. 이에 도망가려던 사람들의 얼굴에 의혹이 조금 남은 희망의 빛이 감돌았다.
전설의 영웅이 저렇게 당당히 '방법이 있다'고 하는데 믿어도 되지 않을까, 어차피 도망쳐도 살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이국의 구석진 곳에서 실의에 빠져 살아가거나, 재산을 모두 탕진하고 유랑민이 되여 비참하게 죽거나, 망명지에서 소홀한 대접으로 전장에 말려들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조금이라도 가능서이 있는것에 걸어보는게 좋지 않을까...성에서 도망 나오던 귀족들은 카린이 말한 방법에 관심가 희망을 가졌다. 겁쟁이니까, 겁징이기에 전쟁에서 빠져 나올수만 있다면 뭐든 좋았던 것이다.
그런 얼굴들을 향해 카린이 또 한마디 쏘아냈다. "아셨다면 다들 성으로 돌아가시지요. 이미 성을 떠난 자들에게도 돌아오라고 전하십시오! 모두, 어서 왕성으로 가 폐하를 알현해야 합니다!" 그 말에 말을 탄 자들은 성으로 돌아갔다. 마차에 타던 사람들은 길이 막혀있었기에 어쩔수 없이 걸어서 왕성으로 향했다.
마자리니의 침실엔 그 방의 주인이 화려한 침대에 누워 있었다. 침대 주위엔 몇몇 추기경들과 시종들, 그리고 제 2용기사대 대장 깅멜 백작과 기사 몇명이 있다. 그들은 불안제 짓눌릴것 같은 몸을 억지로 추려가면서 워터 메이지의 치료를 받고 있는 마자리나를 둘러싸고 있었다. 치료를 받고있는 그 모습은 가뜩이나 여윈몸이 일련의 사건으로 초췌해서 정말 '새의 뼈'처럼 보였다. 눈은 이미 생기가 빠져 허공만 바라볼 뿐이었다. 워터 메이지들이 없었다면 그는 이미 시조의 나라로 여행을 떠났으리라...본인은 오히려 그걸 희망하겠지만. 결국 트리스테인의 국정을 손에 쥐고있는 남자는 시종들의 손을 빌려 몸을 일으키고, 가장 가까이 있던 시종에게 말했다. "다들...나가있게."
이런 사태에 사람을 물리라니, 무슨 의미인지 이해하지 못한 사람들은 여전히 방에 남아 있었다. 추기경은 앙상한 손으로 자신의 지팡이를 움켜 쥐었다. "! 안됩니따!! 이런 때에 예하마저 잃게된다면...트리스테인은 더이상!!" 깅멜 백작이 소리치고, 다른 자들도 각자 마자리니를 격려했다. 하지만 몇시간새에 팍삭 늙어버린 남자는 무겁게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다...이제 트리스테인은 끝이야. 다 이 내가 공주의 교육을 그르친 탓에...다 내가 부덕한 탓이다. 그렇다면 그 책임, 내 목숨을 바쳐서라도 져야하지 않겠나..."
트리스테인의 진정한 지배자, 왕실을 조종하는 간신이라 험담을 듣던 이 남자. 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알고 있었다. 그가 정말 사심없이 트리스테인에 충성을 다하고 있었다는 것을. 일부러 미움받는 악역을 연기하면서 왕실의 권위를 치켜 올리고 있었다는 것을. 그렇기에 그 충의가 무위로 돌아간 지금, 그의 죽음만이 스스로으 명예를 지킬수 있는 최후라 말하고 있음을. 그렇기에 주변의 누구는 침통한 얼굴로 눈물을 삼키고, 또 누구는 오열하며 침실을 떠나고 있었다.
쿵!! 문밖을 나가려던 자들 앞에 문을 부술듯한 기세로 몇명의 사람이 뛰어 들어왔다. 숨을 헐떡이는 발리에르 공작, 그 뒤에 기도서를 손에 든 루이즈, 데르프링거를 왼손에 뒨 양, 블래스터를 손에 든 시에스타, 커다란 지팡이를 손에 든 타바사, 그리고 롱빌이였다.
"추기경!! 추기경님은 살아계신가!?" 다급하게 불려진 마자리니가 힘없이 시선을 돌렸지만, 그 사이에 깅멜 백작이 끼어 들었다. "공작님...일단 여기서 나가주시겠습니까." "그럴순 없네! 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선 추기경님이 반드시 있어야 해!" "용서하십시오...예하께선 이미 자신의 책임이 막중함을 알고 계십니다! 부디, 예하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방에서 나가 주십시오!" "허어, 자해하시겠다? 하지만 그렇겐 안돼! 추기경님은 나와 함께 할케기니아의 평화를 위한 주춧돌이 돼 줘야해!" 그말과 함께 실내에 보이지 않는 앙금이 흩어져나갔다.. 공작은, 추기경이 자기와 함꼐 목숨을 내놓으라고 말한 것이었다. 왜 이 두사람이 모두 목숨을 내놓아야 하는가, 그런걸로 평화가 유지되는 것인가.
가늘고 힘없는 숨소리와 함께, 미미한 목소리가 나왔다. "아직...이 내가 아직 할수 있는일이, 전쟁을 막을수 있는 일이...있다는 것인가?" "그렇습니다!, 그 때문에 우리의 힘과 목숨이 필요한 것입니다!" 공작의 힘찬 목소리가 실내를 뒤덮었다. 하지만 마자리니는 고개를 여전히 숙이고 있었다. "하지만 이미 늦었네...나나 자네 선에서 끝날일이 아냐...알비온이 바라는건 트리스테인을 완전히 지배해 지상으로의 침공거점으로 삼는것, 알브레이트 3세의 목적적은 게르마니아 국내에서의 레콘기스타 활동 억제와 국내 전력을 모으기까지의 시간벌이. 폐하가 나셔서도 힘든일을, 우리가 나선다고 무슨 소용이 있겠나." "그런건 말하지 않아도 압니다! 오히려 지금이라서 추기경님이 필요한 겁니다. 아시겠습니까, 할케기니아가 지옥도로 떨저지지 않으려면 우리는 남은 모든것을 버리고 하나로 단결해야 하는 겁니다! 평화를 지키기 위해, 레콘기스타의 폭거를 저지하기 위해!!"
방안에 음산한 기운이 한층 더 사라져 간다. 공작의 자신에 찬 말에, 방안의 사람들의 얼굴에 조금씩 생기가 돌아왔다. 추기경의 목소리도 약간이나마 기운이 들었다. "무슨...수단이 있는 건가?" 공작이 강하게 수긍한다. "최후의 수단이 남아 있지요. 솔직히, 우리들 만으로는 잘 될지 보장이 안됩니다만 이대로 손 놓고 파멸할수도 없지 않습니까. 이왕 죽는다면 조금이라도 발버둥을 쳐보고 죽는것이 낫겠지요." 이렇게 말하는 공작이 비장한 결의를 품고 있음은 누구나 알수 있었다. 그렇기에, 공작이 갖고있는 그 '수단'에 대해 다들 기대를 걸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들려주지 않겠나...그대의 그 계책." 추기경의 말에, 공작은 양이 짠 계획을 말했다. 루이즈는 그 뒤에서 집어 삼킬듯한 표정으로 기도서의 페이지를 읽고 있었다.
계획을 모두 들은 사람들은 경악과 분노를 드러냈다. "이 무슨...그런 방법이 통할것 같습니까!?" "예하께 충의와 명예를 버리라니, 그게 무슨 소립니까!!" "미쳤군! 목숨이 아까워서 귀족의 긍지를 버리겠다는 겁니까! 그거야 말로 알비온에 버금가는 폭거입니다!!" 추기경은 별다른 말없이 계속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하지만 깅멜과 그 예하 기사들이 공작을 비난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공작을 제외한 그 일행은 아무말을 하지 않았다. "추기경님! 이건 트리스테인이란 한나라의 문제가 아닙니다! 할케기니아 대륙 전체의 평화가 걸린 일입니다!! 새뼈라고 불릴 정도로 사심없이 트리스테인에 충성한 당신의 충성심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나라의 행방에 근심하는 백성들에 대한 마음이 아직 남아 있다면 나와 함께해 주십시오! 우리는 우리가 매국노라고 불릴지언정 백성들을 지켜야 합니다. 트리스테인 귀족들의 힘을 한데 모아야 합니다! 일어나세요! 일어나서, 다른 자들과 특히 폐하를 설득해야 합니다!!"
마자리니는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얼굴을 천천히 들고, 아직 총기가 돌아오지 않은 눈으로 공작을 바라보았다. "...마리안느님을 지켜주겠나."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지요. 적어도 멍에를 쓰고 돌아가시진 않을겁니다." 그 말에 마자리니가 고개를 끄덕였다. 마자리니는 시종을 불러 부축을 받아 침대에서 발을 내렸다. 그걸 보고 깅멜이 황급히 달려 나갔다. "예하! 고작 그런 잔꾀를 믿고 시조에 대한 믿음과 왕실의 권위를 내팽겨치실 겁니까? 트리스테인 왕가에 대한 충심을 잊으신 겁니까!?" 추기경은 떨리는 손으로 그를 제지했다. "왕가의 권위는 이미 앙리에타가 진창에 던져 놨다네...시조에 대한 믿음은 레콘기스타의 반란으로 더럽혀 졌지...하지만 마리앙느님에 대한 충의는 아직 잊지 않았다. 마리앙느님의 목숨, 이 나라, 이 백성들을 위해서라면 명예나 목숨같은건 버려도 좋아. 거기다 군사동맹을 위해 정략 결혼을 제안하고 실패한 내가 거기에 연연해야 할 것도 없고 말일세." 사실상 재상인 그는 시종에게 양피지를 가져오라 시킨 뒤, 떨리는 손으로 몇장의 편지를 쓰고 밀랍으로 봉인했다. 그리고 깅멜을 불러 "자네가 하고싶은 말은 알고 있네. 하지만 지금은 알비온의 침공을 막는것이 먼저야. 거기에 반론은 없겠지." 그 말에 백작은 비통한 얼굴로 수긍했다. "그렇다면 풍룡을 시켜 이 편지를 전하게. 한시라도 지체되선 안될것이야. 게르마니아 대사와 함대가 라 로쉘에 있었던게 다행이로군. 그럼 용기사대는 도무 임전태새로 집결, 마법위사대는 성으로 복귀하지 않은 귀족들을 모두 불러와 왕성의 홀에 모아 두게. 폐하는 내가 직접 설득하지. 아마 폐하께서도 이해해 주실거야. 선왕께서 붕어하신 이후로 상복도 대관식도 거부한 마리앙느님이니 말야." 몇가지 명령을 내리면서도 그 손은 쉬지않고 명령서와 친서를 써 나가고 있었다. 용기사들은 차례로 돌돌 말려진 종이뭉치를 안고 방을 나갔다.
그 모습을 본 공작이 추기경 앞에 한쪽 무릎을 꿇었다. "죄송합니다, 추기경님. 그리고...감사합니다." 하지만 마자리니는 감상에 빠져잇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편지들을 쓴 뒤, 시종들의 부축을 받고 힘겹게 발걸음을 뗐다. "아직 감사를 받긴 이르지. 모든 일이 마무리지어지면 내가 공에게 감사를 전하고 싶군." 여윈 다리가 어디로 향하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추기경은 시종들의 부축을 받으며 문 밖으로 나섰다. 그러다가 공작 뒤에 서 있던 양과 눈이 마주쳤다. "그대...양이라 했었나. 이건 자네가 생각한 건가?" "제 생각입니다. 다른 사람은 관계 없고,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습니다!" 양이 뭐라 말 하기도 전에 공작이 외쳤다. 그 말에 추기경과 양의 시선에 의아함이 잠시 지나갔다. "그런가. 그렇다면 나는 폐하를 설득하고 오지. 그대들은 다른 귀족들을 맡아주게." "알겠습니다. 후에 폐하를 홀로 모셔와 주십시오." 트리스테인의 실직적 재상은 지금 자신의 역할을 완수하기위해 마리앙느에게로 향했다. 그리고 공작 일행도 귀족들이 자리를 메우고 있는 홀로 달려 나갔다. 그러는 동안 루이즈가 양의 옷자락을 잡아 당겼다. "또 하나 찾았어. 아마 유용하게 쓸수 있을거 같아." 라며 루이즈가 양에게 기도서를 보여주고 모두에게 설명을 시작했다.
공작 일행이 홀에 도착했을때, 이미 극소은 난장판이었다. 자포자기한 자들이 칼이나 지팡이를 빼들고 날뛰는건 아니었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시간 문제였다. 홀로 내려가는 게단엔 카린느가 있었고, 그녀는 이미 양의 계책을 귀족들에게 알려준 뒤엿다. 그래서 홀의 분위기가 그 분위기였던 것이다. 일말의 희망을 품고 모였던 사람들은 이야기를 듣고 절망했다. 전설의 기사가 실성한건 아닌가 의심을 품는 자들도 있었다. 층계참에서 패닉 직전의 귀족들을 내려다보는 카린느에게 엘레오노르가 다가섰다. "어머님, 그말...제정신으로 하신 겁니까?" "나는 멀쩡하단다. 이제 그것 말고는 게르마니아에 대해 손쓸 방도가 없는걸." 아무 주저없이 나오는 말에 엘레오노르가 말을 잃었다. 그런 딸에게, 그리고 비명과 노호성을 지르는 홀을 향해 크린느가 다시 말을 걸었다. 다분히 그들을 질책하는 목소리였다.
"제정 게르마니아 황제, 알프레히트 3세에게 왕권을 선양합니다! 모두 각오 단단히들 하세요, 이 외에 그의 분노를 거두고 게르마니아의 침공을 막을 방법은 없습니다! 우리는 게르마니아와의 군사 동맹이 필요했다는걸 잊지는 않았겠지요!! 하지만 홀의 혼란은 점점더 커져갔다. 이미 몇몇은 지팡이를 빼들어 공작부인을 겨누고 잇었다. 카린느는 이 과정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알고 있었다. 하지만 눈 앞에서 이 소란을 보고 있자니, 지금 상황이 얼마나 절망적인지 되새길수 밖에 없었다. 굳게 앙다문 입술 사이로 이 가는 소리가 새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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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하게 말하겠습니다. 제로의 사역마는 1기만 봤습니다. 때문에 이쪽 고유명사나 분위기는 제대로 옮지지 못했을 겁니다.
처음 봤을땐 '뭐 다른 SS처럼 그냥 유명한 누구 우우우 불러나 놓고 우우우우 내가 ㅅㅂ 최고다'하는 그런류인줄 알았죠. 언제 누가 타이라니드 소환한거처럼 말예요. 근데 은하 제국 함대나 양 함대는 죽어라고 안나오데요.(뭐 후반부에가면 ****가 등장하긴 합니다만) 그래서 끌렸습니다. 26화 뒤로는 역본이 안나오는게 아까워서 읽는겸에 같이 옮겨 봤습니다. 26화까지 하신 시대유감님에 비하면 문장이 어색합니다만 곱게 봐 주셨스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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