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에 헌책방에서 우연찮게 건져올린 명작? 꿈의사도입니다. 작가는 우에시바 리이치이구요.
뭐 건지게 된 직접적인 원인 작중 등장인물인 타치바나 하지메의 정신나간 애정론을 보고 '이 정도면 괴작이다!' 싶어 가져 왔습니다만...끝까지 완독하고 나니 괴작이란 생각은 절반 접어둬야 되겠다 싶었습니다.
사
실 이건 괴작이라고 불러도 작가는 할 말이 없을겁니다. 제일 첫 페이지부터 소녀 둘의 키스신이 나오고 몇장 뒤에 뜬금없이 고대
조몬 유적에서 여성간의 정사신(!)이 나오는데다, 신체 변형으로 사지가 분해되고 기괴한 기관(기계?)들이 주렁주렁 매달린 형태로
변하기 때문에 이쪽 방면에 내성이 없는 사람이라면 몇장 못 버티고 책을 덮게 될 겁니다.
이런
기괴한 표현들을 버티고 한장 두장 책을 넘기면 점점 이야기에 흡입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주인공측인 꿈의 사도들은
하나같이 어딘가 나사가 빠진 사람들이고 적이라 생각했던 사람이 도움을 요청하는 둥 스토리가 널을 뛰는데다, 쉴새 없이 빽빽하게
밀려오는 배경에 압도되는데도 산만해 지지 않고 이야기에 끌려오게끔 하는것이 본작의 매력이라고 생각 합니다. 그로테스크의 정의에 완벽히 부합하는 배경도, 개그파트에서건 시리어스 파트에서건 해당 상황에 맞는 상징들로 가득하다는게 또하나의 특징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이
야기는 총 3개 에피소드로 나와 있습니다. 일본 신화와 관련된 1~3권, 호문클루스와 현자의 돌 이야기인 4~6권, 그리고
그림자에 대해 고찰하는 6권의 마지막 파트. 세 이야기 모두 무질서와 질서, 꿈과 현실을 번갈아 보여주며 사람이라면 반드시 가지고
있는 꿈(=욕망)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어찌보면 이 작가는 그로테스크를 이용해서 사람의 욕망이 어떤것이며, 왜 현실에
진하게 투영되서는 안되는가를 전하고 싶다 생각합니다. 작중의 등장인물은 적이건 아군이건 모두들 자신의 욕망에 충실한
사람들이거든요. 다만 적과 아군의 차이를 둔다면 적들은 모두 욕망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것을(선악의 구분 없이) 쏟아붓는
사람들이고, 아군인 꿈의 사도들은 모두 그릇된 욕망이 불러 올 수 있는 아픔을 철저하게 느꼈던 사람들이라는 것이에요. 어떻게
보면 죠죠의 기묘한 모험 시리즈를 관통하는 주제인 인간 찬가와도 상통한다고 볼 수도 있겠네요.
꿈
의 사도는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이 됐습니다. 원작은 작가에 대해 일절 제제를 가하지 않는다는 월간 애프터눈에서 연재됐기에
그로테스크하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살린 수작이 됐습니다만 제작비의 회수를 관련 물품으로 해야하는 애니메이션계의 특징, 그리고
출판물보다 빡빡한 영상물의 심의, 빽빽한 배경을 그려 낼 수 없는 시간적 압박 등에 의해 그로테스크는 쏙 빠진 산뜻한
마법소녀물이 됐습니다. 위키에선 산뜻하다고 했지만 이건 산뜻한 사과가 아니라 시금털털한 황도복숭아에요. 물론 원작은 백도. 첫
껍질은 산뜻하니 맛있어 보이고, 조금 파 먹으면 새하얀 과육에 단물이 나오지만 씨앗에 가까이 갈 수록 색도 불긋불긋해지고 맛도
시어지는 황도복숭아. 원작의 그로테스크를 배제하면서 욕망에 대한 원작의 해석을 최대한 수용하기위해 고심한 흔적이 보이는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문제는 토코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외엔 많이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이지만요…….
총평하자면, 기괴한 소재와 그로테스라는 의미를 가장 잘 표현하는 성적 페티쉬에 대한 거부감만 없다면 몰입하여 볼 수 있는
수작이라고 생각합니다. 명작이라고 하기에는…조금 임팩트가 부족했죠. 물이 가득한 컵에서 넘치지 않을 그 아슬아슬한 정도까지
그려냈다면 어떤 작품이 됐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작가의 다른 작품인 수수께기 그녀 X는 물을 너무 비워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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