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무렵, 양 일행이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말한 인물들은 서로를 향해 자신의 의견을 계속해서 던져내고 있었다. "아니 그러니까 모르겠다고 몇번이나 말 하나!" 기
이하게도, 양과 같은 의견을 말하는 것은 샤프트였다. 이제르론 요새 인근, '아인슈타인 로젠의 다리'의 감시·관측 사령소 -통칭
게이트-의 라운지에서, 세 사람은 테이블에 빙 둘러 앉아 토론을 하는 중이었다. 머리가 깔끔하게 벗겨진 남자는 곧 있음 대머리
동지가 될 남자와, 그 옆에 앉은 대머리가 아닌 긴 금발을 지닌 남자에게 고함을 치고 있었다. "비다샤르 군. 자네가 말하고 있는 정령의 힘에 대한 가설을 세워봤다. 초끈이론에 나오는 'M이론'의 응용이지." 샤프트의 말에 두 사람은 일단 조용히 귀를 기울였다. "
이 세계는 가로·세로·높이에 시간을 더한 4차원 시공이 아니라, 7개의 차원이 더해진 11차원으로 구성 돼 있다. 하지만 다섯번째
이상의 차원은 펼쳐지지 않은 극소세계로 봉인돼 있지. 이를 M-이론이라고 하는데, 이 봉인된 세계에 대해선 '칼라비-야우
도형'등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고 생각되고 있지만...일단 이 부분은 넘어가고. 이 5차원 이상의 차원이 펼쳐진다고 하면 각 브레인
혹은 패러렐 월드가 겹쳐지기가 쉬워지지. 그렇게 둘이 겹치게 되면 두 브레인은 쌍소멸하게 되고, 더불어 우주의 물리 법칙이
불안정해지고 따라서 생물도 존재할 수가 없게 된다고. 그런데 너희들의 우주는 봉인돼야할 5차원 이상의 차원이 어느정도 펼쳐져
있는채 존재가 가능한 곳이야. 그리고 그곳에서 생겨난 법칙과 존재를 너희는 '정령'으로서 느끼고 있다는..." "도저히 들어줄 수가 없군. 너희들의 머리가 단단히 굳었다는 내 생각이 한층 더 확실해 졌어." 비다샤르가 샤프트의 말을 끊고 답했다. "
어째서 너희들은 모든것을 어떠한 이론으로서면 이해하려고 하는거지? 너희들은 넓은 관점에서 사물을 체감하려하지 않아. 물론 이
우주에선 정령의 존재가 희박해 풍석의 파편조차도 찾아볼 수 없는곳이긴 하다. 하지만 정령은 확실히 존재하고 있어. 단지 그 소리가
작고 희미한 탓에 알아듣기가 힘들 뿐이지. 만일 너희가 '거대한 의지'를 받아들이고 정령들의 속삭임에 귀를 기울인다면 아무
무리없이 그들을 느끼게 될 텐데..." "아니 그러니까 그게 무슨 말인지를 모르겠다고!!!!!! 우리는 너네들 엘프나 다른 아인종들과는 다르단 말야! 정령의 목소리라는걸 알아듣기위한 신체기관이 없는데 알아 듣기는 개코나 알아듣겠다!" "자자, 두사람 다 좀 진정하는게 어떻겠습니까." 얼마 안가 완전히 대머리가 될듯 아슬아슬한 두발을 지닌 콜베르가 둘 사이에 끼어들었다. "
비다샤르 공. 이전부터 이야기를 했습니다만 이곳은 물론 할케기니아에서도 인간은 정령의 소리를 듣지 못했습니다. 즉 듣고자 하는
의사의 유무와는 관계 없는 문제인 것이지요. 태어날 때 부터 귀가 들리지 않은 사람에게 아무리 음악의 훌륭함을 설명해 줘도
이해하지 못하는것과 마찬가지인 겁니다. 따라서 우선 정령의 목소리를 듣기위한 도구를 개발하는게 서로간의 이해를 돕기위한 방법이
아닐까하고 생각합니다." "이봐 콜베르 양반. 그렇게 쉽게 말하지 말아줄래? 우리는 마법의 존재를 알게 된지 얼마 돼지 않아서 과학으로 마법을 재현할 수 없다고. 그 때문에 마력을 필요로 하는 물건은 아주 단순한 거라도 만들 수 없어." "
그건 너희들의 오해이며, 그런 생각이아먈로 너희의 지혜와 힘을 비하하는 생각이다. 세상의 모든 생명이 '거대한 의지'하에서 살고
있는건 두 우주에서 변함이 없다. 그리고 너 또한 그 의지하에서 살고 있지. 따라서 이건 의지를 자각하는가..." "아니아니, 그게 무리라구요. 현재로선 마력을 중간 매개체로 하는것이..." "안된다고 대체 몇번이나 말 해야 하나!! 계통 마법의 사용여부는 유전자레벨에서부터 갈라지니 평범한 인간인 우리로선..." 그
렇게 '게이트'의 라운지에서 셋의 목소리가 주변을 상관하지 않고 울려퍼졌고, 바텐더와 웨이트리스, 다른 손님들은 이를 들으며
과학·마법·정령이란 이름의 간극은 쉽게 메워지지 않는것이겠구나 하고 생각하게 됐다. 그리고 그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있건간에 소황
게이트는 그저 전함들에게 둘러싸인 채 은은히 빛을 발하고 있었다.
사람들의 희비가 교차하는 가운데, 브륀힐트는
무사히 이제르론에 입항했다. 청중들의 열렬한 환호와 환영을 받은 라인하르트 황제는 티파니아, 부하들과 함께 이제르론의 고관들 앞에
섰다. 다만 황제는 불칠요한 장식이나 과도한 경비지출을 싫어했기 때문에 군악대의 웅장한 팡파르같은 연출은 없었다. 그리고 그의
도착 소식은 온 우주에 보도되었다. 이제르론에서 한참 덜어진, 은하의 반대편에 있는 페잔에 까지.
페잔. 한때 제국의 자치령이면서 실질적으로 독립을 지키고, 동맹과의 중계무역으로 막대한 이익을 올리고 있던 상업국가. 그리고 그 자금력과 페잔을 배후에서 지휘하던 지구교의 활동으로 양국의 전란을 제어상태에 두고 우주를 지배하던 곳이기도 하다. 궤도 엘리베이터가 설치되 있는 몇 안되는 행성이 바로 이곳이다. 그런 페잔이 제국으로 완전 합병된 후, 황제 라인하르트의 천도령에 의해 현재는 새로운 제국의 수도가 되었다. 구 제국령과 구 동맹령을 모두 지배하에둔 로엔그람왕조에게 있어 양측과 교통이 편리하고 인프라도 갖추어진 페잔은 새로운 수도로서 최적의 장소였던 것이다. 제국의 신 수도에서 정치,경제,군사를 담당하는 내각의 구성원들은 그들이 충성을 맹세한 황제의 우아한 모습을 TV를 통해 바라보고 있었다. "음, 무사히 도착하신 모양이군." "폐하를 맞이하기 위해 그 양도 와 있으니 이걸로 새 영토의 공화주의자들도 엉뚱한 소리를 하진 못하겠군요." "은하 제국의 정권을 양이 받게된다는 소식이 알려진다면 신 영토의 테러나 시위도 더 줄어 들겠지요." "다만 '은하제국과의 전쟁에서 민주공화제가 완전히 승리했다.'고 착각하는 무리가 생길 가능성도 많습니다." 테이블에 둘러앉은 장관들의 대화 가운데 한명이 반론을 제기했다. "원리주의적 공화주의자도 신경쓰이지만...제페르트 박사, 지금은 이쪽에 조금 더 주의를 기울이는편이 좋지 않겠소?" 그렇게 말하고 그는 책상에 놓인 단말기를 조작해 데이터를 띄웠다. 그리고 눈앞에 표시된 내용에 학예상서 제페르트는 상당히 과장되게 눈썹을 찡그렸다. "왜 그러지, 제페르트 박사?" "브랏케공, 왜고뭐고...그 메크링거가 보낸겁니다." 메크링거의 이름이 거론되자마자 방 안의 불쾌지구사 80%상승했다. 불쾌지수가 120%에 달한듯한 학예상서는 간간히 말을 더듬으면서 그 내용을 요약했다. "그녀석, 제2차 제2지구 조사대 멤버 선정에 대해 참견을 시작했습니다. 거기다 쌍월에 항만시설 건설은 불가능하며, 예정지를 행성 중력권 밖으로 밀어내라고까지 하는군요." 이번이 벌서 몇번째 멤버 변경이냐. 쌍월에 거점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조사선 운용에도 차질이 생긴다. 한시바삐 연구시설을 건설해야 하는데, 무인 탐사정으로는 한계가 있다. 제2지구 이외의 항상계에 진출하는건 생각도 않는다 등등 다양한 불평불만이 터져나왔다. 그런 가운데 '자자 진정들 합시다'하고 누군가가 주변들을 진정시킨다. 하지만 제페르트의 투덜거림은 진정되지 않았다. "리히터 공. 이렇게 몇번씩이나 평행세계의 조사에 대해 간섭을 받고선 차후계획이 진행되지 않습니다. 거기다 그대도 이전부터 재무상서로서 '게이트'관련 예산이 폭증하는것에 대해 불평한 적이 있지 않습니까." 그 말에 리히터 재무상서가 어느정도 수긍했다. "확실히, '게이트'관련 예산이 급증하는것은 사실입니다. 전쟁 종결에 의해 남게된 예산이 '게이트'쪽으로 돌려지는 상황이니 말입니다. 하지만 항만예정지변경은 예산범위를 초과해 버립니다. 단지...어흠. 쉽게 말하기 힘든 말입니다만...조사대 멤버에 관한 건은 메크링거가 아직도 화가 풀리지 않았다고 보는게 맞지 않나...싶습니다." 그 말에 다른 고관들도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서로 귓속말로 '하기사, 1차가 그런 사람이니...', '어째서 폐하께서 그놈을 고른 거지?', '본인 희망이라더군.', '나참, 폐하께선 전략전술엔 뛰어나시지만 인사에 대해선...' 하고 속닥거림이 반복됐다. 그러는 와중에 모니터의 뉴스 프로그램의 화면이 바껴, 화제의 중심인 제1차 조사대의 동향이 보도되고 있었다. 그리고 이를 본 고관들은 한숨과 함께 머리를 부여잡았다.
모니터엔 제1차 조사대 대장의 자신에 가득 찬 모습이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아나운서가 영상에 대해 설명을 시작했다. "제2지구 조사대의 보고입니다. 금일, 현지시간 정오에 조사대는 화룡산맥 최고봉의 등정에 성공했습니다. 이 화룡산맥은 제1지구의 알프스산맥에 해당하는곳으로, 육천미터급 활화산이 늘어선 위험한 곳입니다. 또한 이름에서 알수 있듯 화룡의 서식지인지라 등산로도 없는 그야말로 인적이 없는 땅이었습니다. 그런곳을 고등판무관 메크링거 상급대장은 현지조달한 장비만을 사용하는것만 허가하여 자기보호를 위한 빔총조사 소지하지 못한 위험천만한 등정계획을 강요했습니다. 하지만 조사대는 트리스테인과 갈리아에서 추가 인원을 모집, 합동 팀을 결성해 고난끝에 등정을 이룬 것입니다. 또한 화룡과 극락조의 서식지에 대한 학술조사 또한 이루어져 제2지구 연구가 더욱 진전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번 조사대에 참가한 갈리아 출신 류류 여사, 트리스테인 출신 엘레오노르 여사가 조사대 대장, 비텐펠트 대장과 함께 기쁜 표정으로 기념촬영을..." 사진속엔 산을 정복한 비텐펠트 상급대상은 로엔그람왕조의 깃발인 골든루베(황금사자 기)를 정상에 꽂고 그것이 휘날리는것을 배경으로 서 있었고, 그 좌우에 여성들이 그를 꼭 붙들고 있었다. 오른편은 루이즈의 언니인 엘레오노르, 왼편은 갈리아 출신이라 소개된 류류란 젊은 여성이었다. 두사람 모두 긴 머리를 뒤로 묶고 몸 구석구석에 진흙으로 더렵혀져 있었으며 등산복과 망토도 구석구석 너덜거리고 있었다. 사실 아나운서가 말한 '기쁜'표정은 아니었다. 좌우의 여성다 비텐펠트를 꼭 붙들고서 억지로 미소짓고 있는게 드러나고 잇었으니까. '...다른 사진은 없었던 건가?', '제 2지구에 관한 과도한 간섭은 칙명으로 금지돼 있을텐데 어째서 저기에 깃발을 세우는지...', '안되겠어, 이녀석 빨리 자르지 않으면...', '역시, 여전히 자중할 줄을 모르는 멧돼지로군.' 오늘도 은하제국의 국정을 책임지는 사람들의 주름이 한층 더 깊어져만 간다.
장소를 바꿔 다시 이제르론 요새. 페잔에서 한숨소리가 깊어질 무렵, 환호성으로 가득한 플로어에서 수만명의 사람들의 시선은 단상에 집중되고 있었다. 단상 위에는 라인하르트와 양, 루이즈, 티파니아와 이사벨라, 이제르론 사령관 바렌과 부사령관 카젤느, 그리고 경호원들이 서 있었다. 우선 두 지구를 대표해 감색 블레이저 코트에 망토를 두른 루이즈가, 그 다음은 칙칙한 양복을 걸친 양이 연설을 했다. '2초 스피치'란 별칭이 어울리지 않는 긴 연설, 이라고 당사자는 느꼈겠지만 다른 사람이 듣기엔 이런 중요한 행사에선 있을수 없는 짧고 간단한 연설이었고, 그나마도 얼굴을 붉히며 당황해하는 모습에 듣는 사람이 다 부끄러워질 정도였다. "에 그러니까, 어...대충 그런 이유였습니다. 이번 제국 헌법 기초위원회의 설치와, 저기 그...그래. 헌법 공표후 5년안에 제국의회 개설을 할수 있도록 허락하신 황제폐하께...저 음...그대, 그 최대한의 감사를..."
퍽.
하고 경쾌한 소리와 함께 양의 엉덩이가 걷어차졌다. "으악! 뭐하는 거야, 루이즈." "나참, 적당히 좀 하라고! 보는 내가 다 부끄러우니까 빨리 폐하께 자리를 양보해!" 그렇게 영웅이라 불리던 남자는 전 우주에 생중계되는 행사에서 엉덩이를 걷어 차이고 루이즈에게 질질끌려 단상에서 끌어내려졌다. 그 모습에 반절은 실소를 터트렸고, 40%는 갑작스런 해프닝에 놀라 신음했으며, 나머지는 TV나 언론보도에서 본 영웅의 진실된 모습에 낙담해 한숨을 쉬었다. 라인하르트가 단상에 나오기까지 잠시간 회장에선 곳곳에서 작은 소리로 대화가 이뤄지고 있었다. 특히 젊은 남성들 사이에선 특정 화제로 그 열기가 달아오르는 중이었다. "역시 티파니아야..." "암, 그 슴가는 그야말로 마법이며 기적이지. 크기도 크기지만 뭣보다 그 탱글탱글함과 봉긋한 모양이 쩔어준단 말이지. 듣다보면 진정되는 말투나 부드러운 미소도 있지만, 아무래도 그 슴가만한게 없지." "할케기니아엔 브래지어가 없었다는데, 그렇다면 태어날때부터 지금까지 죽 노브라였다는거잖아? 못믿겠어!!" "젠장, 왜 난 제2지구의 사우스고타에 태어나지 못한걸까..." "어디서 들었는데, 아직 티파니아는 사역마가 없다는 모양인데?" 그 순간 남자들의 눈에 기묘한 광채가 흘러 넘쳤다. "사, 사역마라니...그 주인이랑 일심동체라는 그 거 말야?" "그래. 계약은 키스로 이뤄지고, 이후로 먹고자는걸 같이 하게된다더라고. 전에 드라마에서도 양 제독과 루이즈가 같은 방에서 같이..." "그 말은...으흣" 하고 남자들 입에서 천박한 웃음이 새어 나온다. 그렇게 여성의 가치를 폄하하는 천박한 품평과 사악한 욕망이 가득한곳에 어느새 여성들의 차가운 눈빛이 내리 꽃히고, 이를 느낀 남자들은 황급히 옷을 가다듬고 앞으로 시선을 돌렸다. 단상에서 라인하르트가 청중을 향해 입을 열었다. 라인하르트가 전 우주를 향해 전한 메세지는 제국 헌법·제국 의회의 도입과, 제국·동맹·페장의 안정, 마법 문명의 보호 및 질서있는 교류 등의 황제가 그리는 밝은 미래상이었다. 하지만 그런 생기넘치는 미모의 황제를 보며 혀를 차는 사람들이 있었다. "흥, 금발 꼬마녀석, 우주의 지배자 놀이인가." "마법까지 손에 넣게돼 자기가 신이라는 착각에 빠진거지. 분수도 모르는 애송이가." 어두컴컴한 방 안에서 그들은 무기와 탄약등의 장비를 갖추며 탁상에 작은 모니터에 라인하르트, 양, 루이즈가 단상 위 책상에 놓인 공동 선언서에 서명하는 모습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 방안에 악의가 등등한 남자가 들어왔다. 갓 서른을 넘긴듯한 날카로운 인상의 마른 남자를 본 동시에 무기를 손보던 남녀는 바닥에 무릎을 꿇어 예를 표했다. 이에 남자는 오른손을 살짝 들어 보이며 답했다. "확실히 라인하르트는 신도, 지배자도 아니다. 그저 평범한 일개 인간에 지나지 않지. 그리고 세계의 진정한 모습을 이해하지 못하는 눈 먼 양에 불과하지." 그 남자는 마치 자신이 세계의 진정한 모습을 알고 있다는 양 이야기했다. 그리고 남녀는 그의 말을 신의 복음처럼 주워섬겼다. "그렇기에 우리는 세계의 진실을 드러내야만 하는거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저 풋내기의 품속에 뛰어들어야 하는 것이야." 마른 남자의 뒤를 이어 검은 옷을 입은 노인이 방안에 들어왔고, 이에 남자를 비롯해 방안의 모든 사람이 무릎을 꿇었다. "총대주교 예하..." 누군가가 나직하게 그를 불렀고, 주름투성이 노인은 외양과 달리 격양된 소리로 외쳤다. "지구를 우리 손에." 다른 자들도 이를 복창했다.
행사가 끝나고 단상을 내려오는 라인하르트에게 몇명의 부하가 달려왔다. "폐하. 하이네센의 로이엔탈 원수로부터 긴급 통신이 들어와 있습니다." 부하중 하나가 휴대단말을 꺼내 영상을 띄웠다. 그러자 왼쪽 눈이 푸른 오드아이의 남자가 나와 보고를 시작했다. 라인하르트와 그 뒤에 선 양의 심경을 뒤흔드는 내용이었다. "마인 카이저. 지구교의 잔당이 이제르론에 향하고 있다는 첩보를 확보했습니다." 하지만 라인하르트는 노호성을 지르기는 커녕 얼굴을 찌푸리지도 없었다. 보고가 끝나기 무섭게 발 밑에서 굉음과 진동이 울렸기 때문이었다.
"상업지구 카페 테라스에서 폭발입니다! 현재 소방대·헌병대·구조대가 출동했습니다!" "삼림공원의 쓰레기통중 하나가 폭발했습니다! 사망자는 없었으나 인근에 있던 흡혈귀와 흑익인들이 파편에 부상을 입었다는 소식입니다!" "항만에 정박해있던 배가 자폭! 인근 함선들도 연쇄적으로 폭발하면서 사상자 다수!" 평화로운 미래를 그리던 축하현장은 갑자기 죽음과 파괴의 현장으로 전락했다. 라인하르트는 차례차례 소화·구조·범인의 수색을 지시해나가고, 바렌은 황제의 명을 받아 요새 사령실로 질주, 카젤느도 라인하르트를 비롯한 행사 참석자들의 대피를 지휘했다. "아무래도 지구교의 표적은 황제폐하인듯 합니다. 최대한 빨리 대피하시는것이..." 하지만 라인하르트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리고 양도 생각에 잠겼다. 대피할 생각을 보이지 않는 두 사람 사이에서 눈을 굴리던 카젤느는 다시 황제에게 피난을 재촉하려 했지만 그 전에 루이즈가 먼저 입을 열었다.
"미끼네." 뒤에서 티파니아가 불안해하며 그들에게 다가왔다. 거대한 가슴 앞에 땀이 흥건한 손을 얹고서. "미끼라니, 무슨 말이죠?" "쉽게 말해 양동이란 거야. 아니면 협박이거나?" 루이즈의 추측에 양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도 그럴거야. 황제폐하가 목적이라면 이 행사장을 노렸을텐데 그들은 전혀 관계 없는곳을 폭파했어." 라인하르트가 그 말을 이어갔다. "행사장의 경비가 엄격했던 탓에 폭탄을 장치할수 없었던 것도 한가지 이유였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 관계없는곳을 폭파할 필요도 없지. 그랬다간 여를 향한 경비가 강고해지기 때문에 암살이 더욱 어려워질 테니." "GUREUM, MUEO-GA MOKPYOJI?(그럼 뭐가 목표지?)" 평소에도 훤히 드러난 이마가 땀으로 더 훤하게 번들거리는 이자벨라의 질문에 루이즈가 답했다. "게이트야." 그 말에 라인하르트와 양이 고개를 끄덕였고, 이사벨라와 티파니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카젤느의 비명이 터져나온것도 이때였다. "서 설마...!! 사하라로 도망갈 셈인가!? 아니, 도망이 아니라 정복이 목적인가!! 소환 게이트를 확대시켜 함선으로 게이트를 빠져 나가거나 그대로 소형정으로 돌파할 셈이 분명해. 하지만 폐하가 함살당한다면 제국은 절대 그들을 내버려두지 않겠지. 뭣보다 협상 상대를 죽여서야 협상이 안 되니까..." '그 말 대로다'하고 통신 단말에서 로이엔탈의 냉정한 목소리가 나왔다. 그와 동시에 다른 부하의 가슴에서 착신음이 울리고, 그가 통신기를 연결하자 바렌의 모습이 나왔다. 사령부로 향하는 엘리베이터에서 그는 한 문서를 낭독했다. "지구교로부터 범행성명과 요구가 보내져 왔습니다. 이제르론 요새 곳곳에 폭탄을 설치했으며 설치 장소와 해제코드는 그들이 소환게이트를 통과한 다음에 전달하겠다는 내용입니다." 그 말을 듣고 황제의 버진 스노우같은 피부 밑에 피가 들끓기 시작했다. 그리고 영웅이라 불리는 사내는 긁적긁적하고 머리를 긁으며 귀찮다는듯 입을 열었다. "거짓말도 좀 잘 하지. 폭탄을 해제한 후 제국의 추적대가 사하라로 날아들테고, 마법 행성 어디로 도망간대도 곳곳에 위치한 관측위성과 무인탐사정의 감시망을 벗어날 순 없을텐데." 라인하르트도 입에서 격정에 휘감인 말을 뱉아냈다. "만번 죽어 마땅한 쓰레기놈들! 양의 말 대로, 그들은 소환게이트를 통과하는 함선에 포격을 가해 짐의 군세가 당황한 틈을 타 관측위성과 무인탐사정을 파괴한 뒤 제2지구 어딘가에 숨어들것이다. 그렇게 현지인들 틈에 숨어든다면 더 이상의 추적이 불가능 할테니! 아마 소횐게이트를 통과하기 직전에 제플입자를 살포해놓겠지. 해제코드는 처음부터 없을게 뻔하고!" 카젤느도 분하다는 듯 신음을 흘렸다. "제길, 이 선언식에 참가한 대량의 민간 선박과 참석자가 방문하고, 황제폐하의 경호에 온 신경이 집중된 이때를 노리다니. 경호원이나 군의 병사를 늘려도 폐하를 경호하는인원 외엔 아무래도 덜 살펴보게 되다보니 이런일이 일어나고 말았어...거기다 전쟁 종결로부터 일년이나 지난 탓에 긴장감도 많이 빠지고 보안도 옅어진데다 현재 이제르론에 정박한 군사 및 민간 선박이 수만에 사람은 2백만 이상. 그런탓에 반입되는 컨테이너나 수하물을 일일히 확인하는것 무리고 거기에 이 거대한 요새에 누가 어디에 폭탄을 설치했는지 찾는건 불가능에 가깝고...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로군..." 사건의 개요와 지구교 잔당의 의도에 대해 추리를 하면서도 황제와 부사령관은 자신의 직무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통신기를 통해 부하들과 각 부처들에 다양한 지시를 내려나갔다. 그리고 이자벨라도 자기 통신기가 울리는것을 듣고 병원가 통화를 하는 중이었다. "GUNGEUP-SUSOOL. BARO GAGETTA.(긴급 수술. 바로 가겠다.)" 그 말을 들은 황제는 근위대원중 한명을 불러 아자벨라의 호위를 명령했고, 이사벨라는 길고 푸른 머리를 흩날리면서 듬직해보이는 근위대원과 함께 달려 나갔다.
평소에 멍하게만 잇던 양도 지금은 기합이 잔뜩 들어 로이엔탈에게 이것저것을 물어보고 있었다. "갑자기 끼어들어 죄송합니다, 신영토 총독. 방금전의 지구교에 대한 정보는 어디에서 들으신 것입니까?" 그 물음에 로이엔탈이 침묵했다가 어딘가 켕기는듯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그 표정을 본 양은 답변을 들을 필요가 없다는걸 알아 차렸다. 곁에서 대화를 듣고있던 라인하르트가 그 답을 입에 올렸다. "트뤼니히트로군." 루이즈와 티파니아는 들어본 적 없는 이름이었다. 하지만 그 말에 양은 홍조를, 라인하르트는 혐오감을, 로이엔탈은 복잡한 표정을 지었지만 그녀들은 왜 그들이 그런 표정을 짓는지 알 수 없었다. "오오오, 누구야? 그 사람." 때맞춰 겨우 인파를 헤치고 율리안과 델브링거를 든 프레데리카가 양이 있는곳으로 달려왔다.하지만 그 자리의 모두는 트뤼니히트에 대해 설명하지 않았다. 욥 트뤼니히트. 구 자유행성동맹의 마지막 수반이자, 연극배우같은 외모와 청중의 마음을 휘어잡는 연설재능을 지녀 40대 중반에 자유행성 동맹의 정점에 오른, 정치인으로서 민심을 얻는데는 뛰어난 사람이었다. 그리고 구 동맹을 제국에 팔아넘겨 멸망으로 이끈 장본인이며, 뻔뻔하게도 자신이 팔아넘긴 동맹령의 고등 참사관으로 임관한 후안무치한 낯짝을 지닌 인물이자, 부패한 민주주의의 상징이며, 선동정치의 좋은 예이자 보신정치업자, 괴물이라는 별명을 지닌 자이기도 했다. 한마디로 말해 라인하르트와 양은 입에 거론하기도 싫을정도로 혐오하는 인물이며, 한때 지구교와 한패작당이기도 했다.
"그럼 헤제코드를 알려 드리죠. 우선 남자 화장실은 'COGITO, ERGO SUM', 여자화장실은 'De omnibus dubirandum'입니다." 모니터에 비치는 마른남자가 눈을감고서 읊은 말을 바렌이 기록했다. "알았다. 입력해 볼테니 잠시만 기다리게." 잠시 뒤 사령실 책상에 앉은 바렌에게 항구에 있는 두곳의 화장실에 설치된 폭탄 해제에 성공했음을 알리는 병사의 보고가 들어왔다. 폭발물의 정체는 둘다 불꽃놀이용 흑색화약이었다는 것도. "이제르론 요새 전체에 대수의 폭탄을 장치해 뒀고, 또 모든 폭탄의 해제코드를 제가 기억하고 잇다는것을 믿어주시겠습니까?" 정면의 큰 모니터에서 남자가 우월감에 젖어 미소를 띄고 있었다. "...그래. 믿도록 하지. 드 빌리에 대주교." 이에 반해 바렌은 독충을 씹어삼키는것 같은 표정이었다. "그럼 소환 게이트의 확장을 요청합니다. 이쪽의 배에 탑재된 소형정으로 통과할 예정이므로 20m정도면 됩니다. 전 함정의 통과가 끝난다면 나머지 해제코드와 폭탄의 위치를 전송하도록 하지요." "잠깐. 내 권한으로는 소환게이트의 통과는 불가능해. 먼저 황제폐하께..." "그럼 지금 바로 불러 주시지요. 그 때문에 황제가 이제르론에 있을때를 골랐으니까요." 사령관은 애써 평정을 가장하고 있었으나, 입에서 이를 가는 소리가 새어나오는 걸 막을순 없었다. "......알았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무리야. 황제 폐하께 상황보고를 해야 하니까." "시간을 버는것은 교섭의 기본입니다만, 우리는 그걸 기다려 줄 수 없군요. 시한폭탄도 있거든요. 그러니 부디 잊지 말아주시길, 저 안에는 핵병기가 섞여있다는것을 말입니다. 일단 우리는 '게이트'쪽으로 가겠습니다. 물론 방해하시면...아시겠지요?" 하는 말과 함께 대주교는 통신을 끊었다. 바렌은 잠시 관자놀이에 손을 얹고 잠시간 생각에 잠겼다가 고함을 치며 책상을 거칠게 내리쳤다. 병사와 어페레이터가 분주하게 드나들고, 각종 보고가 난무하는 사령실. 그 지휘관석에 앉은 바렌은 황제와의 통신회선을 연결했다. 곧이어 바람에 금발이 흔들리는 황제가 나왔다. 비클을 타고 사령부로 향하는 황제에게 바렌은 상황을 보고했다. "놈들은 지구교도가 확실합니다. 방금 전까지 지구교단의 총서기대리 드 빌리에 대주교와 교신을 했고, 그들의 요청은 소환게이트의 확장 및 통과입니다. 현재 놈들의 배는 '게이트'를 향해 항행중이며 약 1시간후면 도착하게 될듯 합니다. 폭탄은 현재 수색중이며 삼림공원의 감시 카메라에서 폭탄을 설치한 자의 영상을 확인해 요새 내의 행동을 확인했고, 그 행동범위에서 두개의 폭탄을 발견했습니다. 다만 그것은 흑색화약뭉치만 들어있던 더미였습니다. 그들의 말에 따르면 소형 핵병기도 설치했다는 모양입니다만 다른 실행범의 인상착의를 모르는 탓에 가용인원들이 일일히 주변을 수색하고 있습니다만 아직까지는 실적이 없습니다." "자폭한 함선쪽은 어떤가?" "입항시 제출한 내용과 선박에 출입한 인물들을 감시카메라 DB에서 조사중입니다만 아직까지 수상한 자는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황제에게 보고하는 바렌에게 다른 부서에서 속속 보고가 도착한다. 그중 하나인 '게이트'에서 관찰된 망원영상에 그의 눈이 멈췄다. "폐하, 지금 '게이트'에서 놈들의 배를 포착했다는 보고입니다. 지금 바로 그쪽으로 영상을 보내겠습니다." 바렌이 말한 대로, 별이 반짝이는 칠흑의 우주를 배경으로 한척의 배가 함수를 게이트로 향하는 모습이 황제에게 전송됐다. "확인했다. 이 배에 관한 정보는?" "기다려 주십시오...이제르론 입항 기록은 없습니다. 요새에는 들어가지 않고 주변 주역에서 대기하고 있던듯 합니다. 아마 테러범들은 요새에 폭탄을 설치한 후 이 배로 집합한듯 합니다. 선종은 일반 화물선입니다만 자세한정보는 조금 더 수집해봐야 할 듯 합니다." "음. 로이엔탈에게서 뭔가가 왔군. 그쪽으로 전송하겠다." 그리고 바렌의 모니터에 다른 정보가 떴다. '지구교도가 폐기예정인 구 동맹 군수시설에서 소형 핵폭탄 3기와 제플입자 발생장치, 강습강하정 1기를 훔쳐 이제르론으로 향했다.'는 보고였다. 요새의 넓은 통로를 달리는 대형 비클엔 라인하르트와 양을 비롯해 단상에 모여있던 양 일행 모두가 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전후로 다량의 경호차량이 줄을지어 그들을 경호하고 있었다. 거센 바람이 휘몰아 치는 가운데 그들 전원은 라인하르트와 바렌의 통신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바렌과의 통신이 끝나자 곧이어 카젤느의 보고가 들어왔다. "현재 요새내 민간인들의 대피와 모든 연구데이터·군사 정보의 백업 및 비상 전송을 실시하고 있습니다만 시간이 부족합니다. 핵폭탄의 폭발시간은 아마도 패거리의 게이트 통과 이후일걸로 추측됩니다. 따라서 세 폭탄이 차례로 폭발한다면 첫번째는 앞으로 수시간 내로 보입니다. 브륀힐트의 긴급 발진준비는 끝났습니다. 비클을 그 쪽으로 유도할테니 폐하께선 속히 대피해 주십시오." 카젤느의 대피 발언에 라인하르트는 냉소로 답했다. "불필요한 말은 하는군, 그대는. 그자들과 같은 구시대의 망령따위에 죽지 않는다. 여는 도망치지도 숨지도 않고 사령실에서 모든 결과를 맞이하겠다." 이에 다시한번 대피를 진언하려는 카젤느였지만 '게이트'에서의 긴급 통신이 그의 말을 가로막았다. 발신인은 샤프트였다. 통신을 연결하자 이마에 땀이 흥건한 콜베르가 급히 말을 시작했다. "황제 폐하! 소식을 들었습니다. 절대로 그들을 통과시켜서는 안됩니다. 그랬다간 할케기니아가, 저희들의 고향이 파괴되고 맙니다!!" "알고있다. 비다샤르, 사하라에 있는 그대의 동포들에게 연락하게. 즉시 소환 게이트를 정령으로 봉하라고 말이야. 놈들에 대한 정보도 같이." 비다샤르도 긴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고, 평소 그의 태도와는 다른 말이 나왔다. "이미 엘프의 각 지파에게 전달하였다. 하지만 엘프들이 총력을 다해도 배의 통과를 막을순 없다. 너희들의 과학의 힘은 여러가지 면에서 정령의 힘을 웃돌고 있으니까." 그 말에 비클에 탄 사람들은 절망감에 휩싸였다. "거기다 우려할만한건 그들의 게이트 통과가 아니다. 소환게이트가 닫힌다면 그 이후로 사하라에, 즉 너희들이 말하는 제2지구로의 통로는 한동안 없어지게 된다." "뭣!? 소환게이트가 닫히면 통과가 불가능한 것은 맞지만 이미 그쪽으로 가는 워프 좌표계산은 끝나있다. 조금 시간이 걸린다 하더라고 웜홀을 통한다면 갈 수 있는거 아닌가?" 라인하르트의 의문에 샤프트가 열렬히 침을 튀겨가며 끼어들었다. "불가능합니다! 그 좌표는 '현재 소환 게이트의 위치'를 기준으로 산정돼 있습니다. 소환 게이트란 기준점이 있었기 때문에 본래라면 불가능한 좌표 계산이 가능했습니다만 그게 닫혀버린다면 그 계산은 말짱 황이 되버리는 것입니다. 즉, 우주 어딘가에 새로인 소환게이트를 발견하지 못한다면 건너편으로 워프할 수 없습니다!" 거기에 콜베르가 샤프트에게 지지않겠다는듯 격양된 채 더 심각한 예측을 내놓았다. "거기다 소환 게이트는 할케기니아의 허무의 힘으로 활성화 된 것입니다....하지만 현재 할케기니아에 주재중인 허무의 사용자는 로마리아의 에이지스 32세 뿐! 다른 사용자 셋은 모두 이쪽 우주에 와 있기 때문에 현재 소환게이트의 활동은 상당히 약해진 상태입니다. 때문에 닫힌 소환 게이트를 다시 열기까지 얼마나 걸릴지는 예측이 불가능 합니다!" "뭐...무ㅠㅓㅁ ㅜ뭐무머...!!" 콜베르의 말에 루이즈가 제대로 말을 잇지 못한채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티파니아는 정신을 잃고 쓰러질뻔한걸 프레데리카가 겨우 부축하였다. "그...그렇다면...알비온도 할케기니아도, 사하라도, 동방대륙도...전부 그들의 손에 유린당해버려...몇년 후에 가본들 이미 때가 늦어버려..." 이는 할케기니아 출신에게도, 은하제국 출신에게도 모두 절망적인 상황이다. 이 일년동안 그들이 그려온 희망찬 미래는 모두 사라져버리고 마는 것이다.
지금껏 묵묵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델브링거가 삭, 하고 칼집에서 튀어 나왔다. "우워어어어. 이거 무서운데.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은 모르겠지만 여튼 큰일이 났다 그 말이지? 어이, 양이랑 황제양반. 상황이 이런데 그냥 가만히 지켜만 보고 있을거야?" 등 뒤에서 물어온 델브링거에게, 양은 고개를 잘래잘래 흔들면서 느긋하게 말했다. "아니, 그렇지는 않아. 그들때문에 죽을뻔도 했는데 그럴순 없지. 지금은 그냥 평범한 민간인이지만, 할 수 있는 만큼 방해해 볼 생각이야." 그리고 라인하르트는 웃음을 터트렸다. "여를 웃기게 하지 마라. 이건 오히려 기회인게야. 이 우주에 숨어있는 진드기같은 광신자들을 일망타진할 수 있는 기회이다. 흠, 이제야 그들에게 자신들이 화석도 못된 돌무더기라는걸 가르쳐 줄 수 있겠군." "호오. 다들 자신 만만한데 그래. 그럼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 건데?" 라인하르트는 못된 장난을 꾸미는 소년같은 미소를 지으며 양을 바라 보았다. 이에 양은 한숨을 폭 쉬며 "역시 우리들입니까?" "후후, 그대 덕분에 맞이하게 된 새로운 시대니 이를 지켜내야할 것도 그대와 그 검 아니겠나. "알겠습니다. 하지만 저랑 델군이 일을 하려면..." "알고 있다. 폭탄은 전 병력을 동원해서라도 발견해놓도록 하겠다." 율리안은 양과 라인하르트 사이에서 어리둥절해 있었다. 구체적인 작전 내용을 거론하는것도 아닌데 같은 전략을 세우고 있다는 점에서 율리안은 그 둘에게 경탄과 함께 약간의 질투를 느끼고 있었다. "폭탄의 수색과 해제는 놈들을 체포하게 된다면 확실히 할 수 있겠지. 그 때문에 여가 그대에게 도움을 바라는 것이다." "그렇죠...아무래도. 불과 몇시간 안에 모든 폭탄을 발견 및 해체하려면 실행범을 잡아들이는게 제일 간단하니까요." 마치 당연한 일인것 마냥 이야기하던 라인하르트는 돌연 몸을 돌려 루이즈와 티파니아를 향해 허리를 숙였다. "미안하지만, 이 일에 협력해 주지 않겠나." 자기보다 어린 여성 둘에게 허리를 숙이는 황제의 모습에 율리안은 놀람과 존경심을 품게 됐다. "물론이죠! 이 루이즈에게 맡겨 주세요!!" "저...저도 가느...가능한 노력하겠습니다...폐하." 루이즈는 가슴을 펴며, 티파니아는 여전히 맥이 빠진채로 황제의 요청을 수락했다. 이후 라인하르트와 양은 조속히 서로의 머리를 맞대어 작전 내용을 채워 나갔다. "음. 이 정도면 되겠지. 필요한 게 생기면 곧바로 제동하겠다." "감사합니다. 그럼 저희는 브륀힐트에 가 있겠습니다." "음. 여는 이대로 사령실로 가겠다. 카젤느는 나를 따라오도록." "알겠습니다." 말이 끝나자마자 황제는 대열을 정지시켜 바람과 같이 다른 경호차량으로 갈아탔다. 황급히 그 뒤를 쫓는 카젤느까지 태운 차량 대열은 굉음과 함게 급발진하여 사령실로 질주했다.
"그럼 브륀힐트까지 부탁드립니다." "알고있습니다." 양의 요청에 대형 비클을 몰던 운전병이 가볍게 경례를 했다. 남은 사람들을 태우고 비명같은 소리를 내며 급발진과 급격한 방향전환의 연속. 그 속에서 양은 아내와 아들에게 말을 걸었다. "그럼 이 뒤는 부탁할게." 프레데리카와 율리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음. 당신도 수고해." "저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부디 무리하시지 말고 살아 돌아와 주세요."
빜ㅋㅋㅋ텐ㅋㅋㅋㅋ펠ㅋㅋㅋㅋ틐ㅋㅋㅋㅋ. 아이고...엘레오노르는 괜한 호승심에 따라나섰다가 사서 고생만 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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